골목상권 이슈선점·지역현안 해결 양수겸장 노려
여야 정치권이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 발의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같은 골자의 법안을 내놓는 모양새다. 정치권은 유통법 개정이 골목상권 보호 이슈를 선점하고 지역현안도 해결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카드로 보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제출된 유통법 개정안은 80건이 넘는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이 여러 차례 나온 까닭에 상임위원회를 통한 대안 법안으로 통합되는 사례도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해 12월 원안이 가결된 유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박지원, 홍익표, 박남춘, 박완주, 황주홍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같은 개정안을 통합·조정한 위원회 차원의 대안이다. 바로 그 한 달 전에 가결된 개정안은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부 제출법안 3개를 통합·조정했다. 두 달 사이에 개정안 8개가 제출된 셈이다.
유통법 관련 이슈는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도 초월한 모양새다. 윤종오 무소속 의원은 울산 북구청장 시절 유통법에 근거해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반려하면서 소송에 휘말렸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 6명이 윤 구청장 선처 호소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윤 의원은 당시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다.
광명이 지역구인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 이케아를 겨냥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백 의원이 낸 개정안은 매출액이 전문점의 기준을 넘어서면 유통법상 대형마트와 같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케아는 법상 전문유통사로 분류돼 대형마트 등이 규제받는 영업시간과 의무휴일제에서 벗어나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개원과 동시에 유통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개원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전통시장 상인과 중소영세 상인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대규모 점포와 준대규모 점포 개설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하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주변에 660㎡ 이상 크기 점포 개설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조경태 의원은 야당 시절인 2011년에도 전통상업보존구역을 500m에서 2㎞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허가제는 지난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시민단체 일각에서도 주장했던 사안이다. 지난해 9월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대규모점포 등의 개설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한편, 해당 대규모 점포등의 개설이 주변 소상공인의 생업에 막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허가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둔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조 의원의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린 제안자 면면도 여야를 아우른다. 새누리당 7명, 더민주 3명, 국민의당 2명이 포함됐다. 김동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대외협력국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의원의 개정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었다.
유통법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는 까닭은 해당 법안이 골목상권 보호 이슈를 선점하는 데 요긴하기 때문이다. 조경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이 골목상권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이 법안과 관련해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법은 생활밀착 이슈인 까닭에 지역현안과의 연관성도 크다. 지역현안 해결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유용한 도구인 셈이다. 새누리당 대표 출신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2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지역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대통령·국무총리·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여야 정당 대표에게 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민선 2·3기 광명시장을 지낸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을 세 차례나 발의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정의당 의원의 유통법 개정안 발의 제안자 목록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백재현 의원실 관계자는 “광명시에 큰 전통시장이 두 개나 있고 이케아도 들어와 있다”며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는 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안이라 보기 때문에 적극 나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