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못지않은 인기 글로벌 스포츠 부상…세계시장규모 3년뒤 10억달러 웃돌 듯
e스포츠 시장이 게임 업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와 방송중계를 통해 시작된 e스포츠 시장이 이제는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게임 결승전의 경우, 농구나 축구와 같은 전통 스포츠 시청률을 뛰어넘어선지 오래다. 과거 아이들 놀이로 치부받던 게임이 이제는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효자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e스포츠란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타 영상 장비 등을 이용해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를 의미한다. 마치 축구 경기나 농구 경기를 관전하듯, 시청자들은 TV나 컴퓨터를 통해 e스포츠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흔히들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부른다. 1990년대말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 게임 광풍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실직자들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알아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다수 실직자들은 때마침 찾아온 게임 광풍에 편승해 전국 곳곳에 PC방을 창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은 게임 강국의 면모를 다져가기 시작한다.
이후 게임전문채널 등이 생기면서 전국 규모의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때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도 등장했다. 방송사와 기업들은 앞다퉈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 대회들이 바로 현재 e스포츠의 시초가 됐다.
◇국내에서 태동한 e스포츠,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과거 한국에서 시작한 e스포츠는 이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TV나 컴퓨터를 통해 게임대회 중계 방송을 접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가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규모는 지난해 3억2500만달러보다 42.6%가 팽창한 4억6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주 관계자는 “2014년 1억9400만달러에 머물렀던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연평균 성장률 40.7%를 기록하고 있다”며 “2019년에는 10억7200만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e스포츠의 급격한 성장세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와 같은 관전에 재미를 더한 게임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해당 e스포츠 종목의 등장으로 평소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경기를 관전하게 됐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한 중계와 광고채널로서의 가치도 함께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라이엇이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현재 e스포츠의 대표적 종목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AOS장르의 게임이다. AOS장르란 3vs3, 5vs5 등 게임 이용자들이 편을 갈라 상대방 기지를 점령하거나 상대 캐릭터를 제거함으로서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게임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현재 한국 및 중국 등 아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e스포츠가 축구, 야구, 미식축구 등 전통적 인기 종목을 뛰어넘어 스포츠 시장의 주요 종목으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미 e스포츠 시장의 시청자 수는 일반 스포츠 시장과 비견될 만큼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게임 스트리밍 방송서비스의 대표 주자인 트위치(Twitch)는 폭스스포츠(FoxSports)와 같은 주요 스포츠채널들을 영상시청수에서 이미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개최된 ‘리그오브레전드챔피언십(LeagueofLegendsChampionship)’은 전세계 3600만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00만명 수준인 미국 프로농구(NBA) 결승전과 미국 프로야구(MLB)월드시리즈 평균 시청자수를 넘어선 수치다.
최근에는 트위치 등 온라인 플랫폼 외에도 미국 스포츠전문방송인 ESPN 등 전통 미디어업체의 e스포츠 참여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OGN등의 케이블 채널이 프로리그를 이끌고 있다. 북미와 유럽등에서는 최근들어 방송채널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뉴주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청자수는 2억5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비중은 북미19%, 유럽25%, 아시아태평양44%,기타국가 12%를 형성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4년부터 북미와 유럽등 서구권의 e스포츠 시청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e스포츠 시장은 지난 2014년 이미 226억위안(약 4조원)대의 규모를 달성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가 4573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양국의 시장규모 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게임규제를 받아온 한국과 달리 중국 정부에서 게임산업에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e스초프에 대한 지원과 확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오랜기간 PC게임보다는 콘솔게임이 주력이었던 탓에 e스포츠 분야에서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일본 게임업체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의 인지도를 높일 목적으로 e스포츠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짦은 수명...게임 장르 및 종목 다변화는 여저히 해결과제
폭발적인 성장세가기대되는 e스포츠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확대되기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먼저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 장르나 게임 콘텐츠 발굴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재 e스포츠 시장의 대부분은 리그오브레전드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스포츠 시장이 특정 게임에 의존할 경우,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의 성장과 확대를 위해서는 게임 장르와 종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 게임 개발사들이 e스포츠를 염두에 둔 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일반 스포츠와 비교해 게임의 짧은 수명이 e스포츠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스타크래프트의 경우도 15년이상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해당 게임 이용자가 현저히 감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게임의 짧은 수명은 e스포츠 생태계의 구심점인 프로게이머들의 선수 생명에 치명적”이라며 “e스포츠가 일시적인 인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얼마전 e스포츠 업계에 불어닥친 ‘승부조작’도 e스포츠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중 하나다. 동시 여러명의 선수가 경기에 참여하는 전통 스포츠에 비해 e스포츠는 소수의 선수 혹은 혼자 경기에 참여한다. 이러한 특성때문에 과거부터 계속해서 승부조작 논란이 일어왔다. 이러한 승부조작 논란은 지난 2010년 유명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실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극에 치달았다.
이후 게임 업계는 자숙하며 승부조작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와 올해에도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하는 등 계속해서 조작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승부조작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경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관련 생태계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 게임 전문가들은 한국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기획지원국장은 “국내 e스포츠 시장은 미국과 비교해 사업모델 수립등에 뒤쳐져 있고 중국과 비교해 시장규모도 작다”며 “특히 최근 중국이 e스포츠 인력 양성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e스포츠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에 서둘러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영민 넥슨 e스포츠팀 팀장은 “게임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가 해외시장 개척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은 것처럼 게임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게임업체가 e스포츠 시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승 OGN 제작국 국장도 “정부가 게임 및 e스포츠인프라를 확충하는 역할을 담당해 줘야 한다”며 “황사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숲을 가꾸는 노력을 정부가 하듯이 게임 시장 생태계 조성도 정부가 힘을 쏟아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