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유효 여부는 한국 성년후견인 재판 보면서 추후 결정"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달 16일 성년후견인 재판 관련 입원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소송이 8개월만에 본안심리에 들어갔다. 일본 법원은 한국 법원의 성년후견인 재판 결과를 보고 소송 유효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SDJ코퍼레이션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 민사8부는 지난 2일 오전 11시부터 신 총괄회장 측과 롯데홀딩스 측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재판을 열고 이날부터 본안인 해임 무효 소송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양측은 이에 따라 이날 준비서면을 진술하고 증거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에 "신 총괄회장의 소송위임이 유효한지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성년후견인 재판 진행을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 서울가정법원이 심리 중인 성년후견인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롯데홀딩스 측이 요구하는 소송각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신 총괄회장의 소송 제기로 시작된 이번 재판은 그동안 본안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롯데홀딩스 측이 지난해 11월 첫 심리를 앞두고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기한 것. 

롯데홀딩스 측은 신 총괄회장이 판단력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그가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써준 위임장은 무효이고 이에 따라 소송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한국과 일본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각종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부는 롯데 측이 이의를 제기한 부분을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동안 본안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서울가정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신청사건 재판이 진행되자 이에 발맞춰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양측에 전했다. 6월부터 본안 심리에 나선 것 역시 성년후견인 재판의 당초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성년후견인 관련 재판은 신 총괄회장의 비협조로 당초 예상보다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와의 협의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당초 4월말 정신감정을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하기로 했으나 그는 사전 통보 없이 당일 나타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6일 입원했으나 신 총괄회장은 입원기간 내내 관련 검사 일체를 거부한채 사흘만인 지난달 19일 무단으로 퇴원했다. 
  
법적으로 강제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정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25일 신 총괄회장 측에 "본인이 다음 재판 전까지 감정절차에 적극 협조약속을 받아오라"며 없을 경우 정신감정 없이 직권으로 성년후견인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신 총괄회장은 감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문제는 롯데 경영권 분쟁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다. 신 총괄회장은 그룹에서 쫓겨난 장남 신 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차남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 둘 중 한 명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롯데는 하반기 추가 면세점 특허 심사를 앞두고 현재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삼부자가 경영권 분쟁에 얽혀있는 데다 장녀인 신영자(73)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그의 아들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와 관련해 롯데마트가 검찰 수사를 받으며 전현직 고위 임원이 검찰의 칼날 앞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의 대규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중요 서류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이유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6개월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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