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겨냥 유통법 개정안…시민단체 환영·업계는 우려
야당에서 여당으로 적을 옮겨 4선고지에 오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규제안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을 내놨다. 유통법은 영세상인 보호를 골자로 두고 있어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으로 불린다. 다만 조 의원 측은 경제민주화라는 표현과는 선을 그었다.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업계는 출점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개원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전통시장 상인과 중소영세 상인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 점포 개설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하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주변에 660㎡ 이상 크기 점포 개설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일반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의 매장면적이 대부분 660㎡ 이하인 점을 감안한 규정으로 풀이된다.
유통법은 골목상권 보호 취지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된 덕에 경제민주화법으로 불린다. 지난 2012년에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이 개정안으로 추가됐다.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 체인사업자에 대한 출점제한 규제도 담고 있다.
19대 국회는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열고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하는 현행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개정안은 재석 의원 199명 중 반대 없이 찬성 198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이에따라 개정안 내용은 2020년 11월24일까지 적용 기간을 늘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당선 후 유통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주장한 후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되레 여당 조경태 의원이 강력한 규제안을 통해 이슈를 선점한 모양새가 됐다.
조 의원의 발의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준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강화다. 현행법에 따르면 준대규모 점포는 대규모점포를 경영하는 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직영하는 점포나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직영하는 점포를 말한다. 사실상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간접적으로 정의한 셈이다.
조 의원은 법안 취지에 대해 “현행법이 대형 유통기업의 무분별한 출점을 제한하려는 취지지만 기업형 중형 슈퍼마켓 등은 규제를 받지 않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어 중소 영세상인의 상생이 어렵다”고 밝혔다.
조경태 의원실 관계자도 기업형 슈퍼마켓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부분도 염두에 뒀다”며 “현행법 300평 제한을 교모하게 피해서 틈새를 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당론과는 배치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골목상권 지키기는 대통령도 말했던 내용”이라며 “당론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경제민주화 법안이라고 봐도 되는가라는 물음에는 “골목시장, 재래시장 지키기 법안이라고 보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의 개정안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를 비판했던 시민단체 주장과 상당부분 맞닿아 있다. 시민단체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동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대외협력국장은 “대형점포 출점 시 지역상권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서 허가제로 바꾸자는 게 기본입장이었다”며 “조 의원의 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국장은 “발의가 아니라 통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는 우려를 표했다. GS슈퍼마켓을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지금도 직접적 규제가 있는 탓에 슈퍼마켓 출점이 정체상태에 처했다”며 “허가제로 바뀌면 더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