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 장관 “감산은 회원국에 도움 안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원유 감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비공개 회의에서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깜짝 감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란과 아랍에미레이트(UAE)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OPEC이 감산에 합의하면 50달러에 도달한 유가가 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OPEC 회원국 대다수는 감산을 바라고 있다. 특히 국가 재정 상황이 심각한 나이지리아, 카타르, 알제르, 베네수엘라 등이 감산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가 국가 균형예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유가가 120달러 수준이어야 한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알제리 등 대부분 국가들도 80달러 수준이 돼야 균형예산을 맞출 수 있다. 지금 유가 수준에서는 산유국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
산유국 재정 형편은 심각하다.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는 700% 이상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가치는 4년 반 사이에 99%나 떨어졌다. 국민들은 전기공급이 끊겨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이지리아도 마찬가지다. 나이지리아에서 원유는 수출의 90%, 정부 수입 중 70%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에 줄곧 반대했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고려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산유국 사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OPEC 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 상한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까지 OPEC 회원국들은 하루 원유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었던 탓에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12월 정례회의에서 OPEC은 산유량에 제한을 두지로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반면 이란과 UAE 감산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OPEC 통계에 따르면 이란과 UAE는 OPEC 회원국 중 원유생산량 3, 4위다. 이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감산 효과가 없다.
이란은 산유량을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때까지 원유 생산을 늘릴 방침이다. 이란은 지난달 기준으로 하루에 원유 38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경제제재 이전 규모인 400만배럴보다 20만배럴 적다.
OPEC 정례회의 하루 전날에도 이란 지도부는 감산 반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일(현지시각) 메흐디 아살리 OPEC 이란 대표는 "제재기간 묶여 있던 원유수출량을 제재 이전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OPEC 회원국에게 전했다"며 "OPEC 회원국은 이란의 입장을 따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바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도 "이란의 원유수출이 제재해제 이후 배로 늘어났지만 국제 원유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며 “감산은 회원국에 아무 도움 안 된다”라고 말했다.
UAE도 이란이 참여하지 않는 한 감산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장관은 “지금까지 유가가 시장의 흐름에 따라 올랐다”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적절한 유가가 정해질 것”이라며 감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UAE는 2017년까지 하루 원유생산량을 350만배럴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도 이번 OPEC 회의에서 산유량 상한선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롤린 시진스키 CMC마켓 수석 전략분석가는 “국제 유가가 상승한 마당에 산유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The 7:00's Report'의 타일러 리치 공동 에디터도 “그동안 회원국들은 산유량 제한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한 적 없었다”며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하게 예측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유가가 50달러 넘어가면 미국 셰일업계가 생산을 시작할 수 있어 OPEC 감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게다가 이란과 UAE의 입장도 단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