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개별 성과연봉제는 합의 불가능"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성과연봉제 등과 관련한 내용으로 테스크포스팀(TFT)를 가동하며 노사 협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금융공공기관에서 마무리되면서 시중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5월 한 달간 은행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평가제도 개선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 내용중에 '자가진단 서비스'의 도입에 대한 찬반을 묻는 항목이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포석 깔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사평가 개선 항목이 적힌 설문조사를 한 달 정도 시행했다"며 "성과연봉제와 직접 관련 있는 설문조사는 아니다. 다만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공기업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만큼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은행 분위기"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성과연봉제 도입 피드백을 받고 참고할 사항은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시중은행은 직원 성과 평과와 관련해 노사 간 합의점을 찾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초과이익배당금(PS)지급 여부 등을 놓고 노조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시점이 미뤄지는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바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성과가 뛰어난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을 유예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도 노조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테스크포스팀(TFT)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성과주의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성과평가 지표 개발 등을 통해 개인성과 평가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으니 시중은행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다만 국책은행이 노조 합의 없이 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시중은행이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기업은행을 보면서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민간 금융권에서도 금융공공기관의 사례를 참조하여 성과중심 문화가 우리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민간은행 성격이 있는 만큼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표본이 될 수 있다"며 "시중은행은 호봉제가 기반이다보니 금융공기업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노사간 갈등은 시중은행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노조는 성과연봉제 노사 합의 불가 방침을 내린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은행은 부서와 업무에 따라 다른 개인의 평가를 하기 어렵다며 자칫 성과 경쟁이 불완전판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창근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성과연봉제를 하려면 기업 문화와 조직 성격을 따져야 한다. 또 개별 성과연봉제는 은행에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임금은 노동자의 고유한 권한이다. 임금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별 성과연봉제로 간다면 노조는 무조건 반대할 수밖에 없다. 임금 개편은 은행이 수십년 간 해온 일이다. 정부가 내놓은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을 보면 은행 업무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조직 내에 개별 평가가 어려운 부서가 존재한다. 지금처럼 자로 재듯 일괄적으로 직원 평가를 한다면 금융공공서비스와 여신 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