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타격' 중동지역에 적합한 저비용 설비…2020년 시장규모 45억달러 예상
해수담수화플랜트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국내업계는 주요 수요처인 중동지역의 경제 상황이 부진해 해수담수화플랜트 수주 규모가 되레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국내 해수담수화플랜트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중동 지역에 적합한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 방식으로 담수화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생활·공업용수를 얻는 공정이다. 깨끗한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해수담수화플랜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 영국 물산업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와 미국 해수담수화 협회 IDA는 해수담수화플랜트 시장이 203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국내업계는 2012년 이후 해수담수화플랜트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업계가 따낸 해외 담수화플랜트 수주는 2012년 25억4600만달러에서 2014년 7억9500만달러로 줄었다.
이는 국내업계의 주요 고객인 중동 지역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중동 국가들은 이어지는 저유가 기조로 재정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해수담수화플랜트에 대한 수주 규모를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중공업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중동 지역에서 역삼투압 담수화플랜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쿠웨이트 정부와 4600억원 규모의 역삼투압 방식 해수담수화플랜트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는 2008년 쿠웨이트 슈웨이크 해수담수화플랜트 수주에 이어 두산중공업이 쿠웨이트와 체결한 두 번째 수주다.
두산중공업은 역삼투압 방식 해수담수화플랜트 수주는 2001년 아랍에미레이트 푸자이라 이후 총 8건으로 거의 매년 이뤄지고 있다. 소규모 수주를 포함하면 이 숫자는 늘어난다. 두산중공업은 2000년대 전까지 해외 역삼투압 해수담수화 수주가 전무했다.
중동 지역에서 역삼투압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플랜트 건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존 해수담수화 공정인 MED(Multi-Effect Distillation)와 MSF(Multi-Stage Flash)는 담수화 과정에서 많은 열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전소를 함께 지어야 한다. 이는 공사비용을 늘린다. 게다가 담수화과정에서도 열에너지를 지속 필요로 한다.
반면 해수에 압력을 가해 물과 염분을 나누는 역삼투압 공정은 담수화과정에서 열이 필요 없다. 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담수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도 MED, MSF공정과 비교해 삼분의 일 수준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MED와 MSF 공정에서 역삼투압 공정으로 담수화 시장이 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역삼투압 플랜트를 건설할 수 있는 두산중공업의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기술 경쟁력과 해외 수주 경험도 역삼투압플랜트 수주를 이어가는 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중동 지역에서만 해외담수화 관련 수주 25건을 체결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중동에서 맺어 온 파트너십이 새로운 수주 계약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며 “게다가 두산중공업의 전처리기술(1차 필터 작업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질이 열악한 중동 국가에 가장 필요한 기술적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역삼투압에 대한 시장 전망도 밝다. GWI에 따르면 2020년까지 글로벌 역삼투압 해외담수화 시장은 45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두산중공업이 기존 해수담수화 시장에서와 같은 경쟁력을 역삼투압 시장에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김승현 경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담수화에 역삼투압을 사용하는 추세”라며 “역삼투압플랜트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광주과학기술원 김인수 교수는 “창의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