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0억원 공모사채도 50%이상 출자 전환…용선료 협상·해운동맹 가입이 남은 숙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이 31일 사채권자들로부터 공모사채 6300억원에 대한 채무재조정 가결에 성공했다. / 사진=뉴스1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이 사채권자들로부터 공모사채 6300억원에 대한 채무재조정 가결에 성공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시 채권 회수율이 20% 미만에 그칠 수 있다는 현대상선의 배수진이 사채권자들로부터 채무재조정 동의를 이끌어냈다.

현대상선은 다음달 1일 남은 공모사채 1742억원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시도한 뒤 용선료 협상 타결을 위한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상선이 채무재조정에 이어 해외선주들로부터 용선료 인하 동의까지 받아든다면 제3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재가입 도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3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제177-2회·제179-2회·제180회 무보증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집회를 잇달아 열고 참석자 100% 동의로 채무 조정안을 의결했다.

사채권자집회란 주식회사의 사채를 가진 사채권자가 이해(利害)에 중대한 관계를 가지는 사항에 대해 심의·결의하는 집회를 말한다. 안건을 가결하려면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당초 해운업계 예상대로 채무재조정안 가결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날 첫 집회에는 2400억원 중 86.5%인 2075억원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참석했고 이어진 집회에는 600억원 중 85.6%인 513억4000만원을 가진 투자자들이 모였다. 두 집회 모두 100% 동의로 안건이 가결됐다.

오후 5시 시작된 마지막 집회에는 3300억원 중 79.7%인 2632억원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참석했으며 99.9% 동의로 채무재조정 안건이 가결됐다. 출석하지 않은 사채권자들은 서면의결권을 통해 조정안에 동의했다.

이로써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8043억원 중 78.3%인 6300억원의 50% 이상이 출자 전환된다. 잔여 채무는 연 1% 이자로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된다.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시 채권 회수율이 20% 미만에 그칠 수 있지만 채무재조정이 이뤄지면 주가에 따라서 원금 회수율이 최대 100%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집회에 참석한 농협 기관 투자자는 “법정관리로 가는 것보다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채무조정안에 동의했다”며 “용선료 인하 협상에 관한 자세한 수치 등은 듣지 못했지만 사측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설득을 했다. 사측이나 채권자들 모두 (용선료 인하 협상이) 타결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내일 제186회 무보증사채·제176-2회 무보증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을 대상으로 집회를 열고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1742억원 규모의 비협약 채권에 대해 만기 연장과 출자 전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채무재조정 가결에 성공할 시 현대상선은 해외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두고 마지막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다나오스(13척), 조디악(6척), 이스턴퍼시픽·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각 5척) 등 해외 컨테이너 선주의 배를 빌려 운영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매년 2000억원씩 3년6개월간 약 7000억원에 해당하는 용선료 약 28% 인하를 해외 선주들에게 요구했다.

영국의 선박업체 조디악 등 해외 선주들이 이 같은 인하안에 난색을 표하면서 용선료 인하폭을 두고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해외 선주들은 “해운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용선료 인하만으로 현대상선 경영이 정상화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맞불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용선료 조정에 대한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으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협상 결과가 나오는 즉시 채권단과의 논의를 거친 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채무재조정과 용선료 인하 조정에 모두 성공할 경우, 제3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재가입 도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진해운은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 성공했지만 현대상선은 소속 선사들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가입이 유보됐다.

해운동맹 추가 가입을 위해서는 소속 선사들의 100% 동의가 필요하다. 이 탓에 채무재조정과 용선료 인하만으로는 디 얼라이언스 가입이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디 얼라이언스가 또 다른 해운동맹인 2M이나 오션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대상선을 포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채무재조정 가결에는 큰 변수가 없다. 6월 1일 사채권자집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조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며 “용선료 협상도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기 위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초 목표였던 30% 인하목표는 선주들의 반감이 심해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현대상선이 만약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성공할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한결 수월해 질 것이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한진해운 측 동의도 얻어내야 하는데 과연 한진해운이 경쟁사인 현대상선 회생을 얼마나 바라고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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