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미국 연준 금리 인상…시중금리 급등 가능성도
당분간 저금리 기조는 유효하겠지만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시중금리 급등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 중국경제 부진, 브라질 등 신흥국 정치경제적 불안 등으로 국내외 리스크 회피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리스크가 불거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2.68%에서 이달 현재 기준금리(1.5%)보다 낮은 1.47%로 떨어졌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1.57%)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과 지난 2월 템플턴 펀드의 국채 매도로 시중금리가 잠시 오르기도 했지만 이 시기를 제외하고 금리는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이자율도 비슷한 모습이다. 한은에서 발표한 가계 가중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 2013년 1월 5%에서 지난 3월 3.5%로 3년 새 1.5%포인트 하락했다.
장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장기금리 하락세는 경기부진에 따른 저금리 정책,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하락, 위험기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등에 기인한다.
시중금리 하락은 중앙은행의 낮은 정책금리 때문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장기금리 하락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수치가 1% 미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우리나라의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 수치는 0.61%로 미국(1.61%), 독일(1.02%), 프랑스(0.97%)에도 못 미친다. 이는 재정위기로 인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유럽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것은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안착시키지 못한 탓도 있지만 국고채 수요가 몰리며 국내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국고채 금리가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적으로는 인구고령화 진전에 따른 연금적립금 증가 영향도 있다. 2005년부터 도입돼 기존 퇴직금 제도를 대체하고 있는 퇴직연금이 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액은 2009년 14조원에서 2012년 67조3000억원, 지난해엔 126조원으로 늘었다. 매년 증가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90%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어 시중금리 하향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수입 보험료가 20조원씩 증가하고 있는 국민연금도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가입자로부터 36조원을 연금보험료로 거둬들였다. 반면 15조원을 연금보험금으로 지급했다.
국민연금은 국내채권에 268조원, 국내주식에 94조원, 해외주식에 69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체 기금 중 52.4%를 국내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적립금 증가로 채권투자 증가 규모도 늘고 있다.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규모는 국고채 보험 및 연기금 보유 잔액을 기준으로 2012년 말 160조원에서 2014년 말 194조원, 지난해 말엔 225조원으로 3년 새 65조원 이상 증가했다.
채권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둔화되고 있다. 재정적자로 국채발행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경기부진과 리스크 요인 부각으로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채권발행이 주춤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채권 순발행 규모는 2012년 40조원에서 지난해 38조원으로 줄었다. 국고채 발행 금액은 2012년 79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09조3000억원으로 늘었지만 특수채, 지방채, 은행채, 회사채 발행규모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시중금리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가 관건이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 내외다. 최근 몇 개월 간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한 점에 비춰볼 때 연준에서 한 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성태 책임연구원은 “세계적인 저성장∙저물가 현상 지속과 대외경제 불안으로 저금리 기조 지속 가능성이 높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불안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 간 이자율 동조화 현상으로 기준금리보다 낮았던 시중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