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상 예상…사측 의도대로 내년 일단 시행될 듯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로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금융공기업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장기간 법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측은 이사회 결정대로 내년 초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일방적으로 의결된 성과연봉제 도입에 무효 소송을 벌일 방침이다.

박찬호 KDB산업은행 홍보팀 팀장은 "이사회는 직원 개별 동의서를 근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또 성과연봉제 대상인 4급 이상 1650명 행원 중 81%에 해당하는 인원 동의 결과도 있다"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이어 "이사회 결정에 노조가 법적 대응을 한다면 법원이 이사회 결정에 불법성을 판단할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2017년 1월 예정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다른 절차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19일 이동걸 회장을 비롯한 간부급 이상 180명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발 조치했다. 전날 사측이 이사회를 개최하고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킨 데 따른 법적 대응이다.

IBK기업은행 노조도 성과연봉제 이사회 의결에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사측이 개별 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다수 직원이 강압과 협박을 당했다는 증거자료도 수집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3일 저녁 4시에서 6시 사이 예정에 없던 이사회를 열었다. 노조 합의에 성공하지 못한 채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안을 의결했다.

나기수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근로자에 불리한 제도다. 노조원 찬반 투표에서도 89%가 반대한 사안이다. 취업규칙 변경에는 노조 합의가 필수"라며 "사측은 노조 합의가 안 되니까 불법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그럴거면 법이 왜 필요한가. 결국 내부 반발을 일으켜 기업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면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산하 성과연봉제 진상조사단 면담 자리에서 "노조와 10차례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잘 안됐고 이에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웠다. 개별 동의서에 대한 법률적인 자문도 구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별동의서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는 진상조사단 지적에 "성과연봉제 관련 여러 보도가 나왔지만 많은 오해가 있다"며 "강압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강압 등 인권유린이 있었겠나.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동의성을 받았다"며 불법성을 부인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공기업 사용자 측이 노조와 법정 다툼을 벌이겠지만 법원은 결국 이사회 결정이 무효라고 밝힐 것"이라며 "다만 행정소송이 진행되면 대법원까지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사측 입장에서는 법정 다툼으로 가도 결국 성과연봉제 안착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사원 개개인이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발생한 손해로 소송을 진행하면 노사 법적 다툼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법적 다툼이 길어지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장은 그 사이에 바뀌고 노조는 지칠 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노조 합의 없이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한 이들이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사회 결정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기업들은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며 "이사회가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에 따라 내년 초까지 제도 정비를 마치면 성과연봉제는 그대로 시행된다. 법적 다툼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공기업 9곳 중 성과연봉제 도입이 완료된 곳은 7곳(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기술보증기금ㆍ캠코ㆍ주택금융공사ㆍ예금보험공사ㆍ신용보증기금)이다. 이중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이사회 의결로만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뤄졌다. 아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수출입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도 이사회를 열고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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