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은 증가할 전망이나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이 뒷받침 해야"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권시장 거래 시간을 30분 연장키로 하면서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 거래소가 매매 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기회를 늘리고 유동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이다. 일각에서는 거래 시간 연장의 효용이 기대보다 미미하고 오히려 증권 종사자 근로 부담만 과중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수 년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증권 시장이 거래 시간 연장으로 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국내 증권시장 거래 시간이 늘어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8월 1일부터 증권 및 파생상품 매매 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25일 발표했다. 거래소는 현행 정규 매매 시간(6시간, 오전 9시 ~오후 3시)에서 30분을 연장하고 장 마감 후 장외 거래 시간을 30분 단축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거래 마감 시간이 연장되면 중국 등 아시아 증시와 맞물려 돌아가는 운영 시간이 늘어나 한국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거래 시간 연장으로 투자 기회가 늘어나 거래량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유동성 증대 효과가 하루 평균 거래 대금으로 환산하면 약 2600억∼68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기존 대비 유동성이 3~8% 증대되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그 동안 아시아 주요 시장 대비 1∼3시간 조기 마감했다. 국내 시각으로 중국은 16시, 홍콩은 17시, 싱가포르는 18시에 정규 시장을 마감한다. 일본의 경우 2011년 아시아거래소와 중첩 확대를 위해 점심 휴장 시간을 30분 앞당겼다. 홍콩의 경우 중국 본토와 장개시 일치를 위해 2011년 30분 조기 개장을 결정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최근 중화권 시장의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 특히 중국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국내 시장이 반영하려면 장 종료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장이 효율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시아 증시에서 발생한 정보가 호재든 악재는 실시간으로 반영돼야만 가격이 합리적으로 수렴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우선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량 증가에는 다소 도움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거래 시간을 1시간씩 연장했던 1998년 12월, 2000년 5월 이후 거래량 및 거래 대금이 증가했다. 다만 연장 시간 대비 비례적으로 거래 대금이 증가한다는 전망은 경계하고 있다. 거래 대금 증가가 일어나지 않으면 지수 상승은 제한된다. 


실제 2011년 8월과 2010년 1월에 거래시간을 연장한 싱가포르와 인도의 경우 연장 전 한 달간 거래대금보다 연장 후 거래대금이 각각 41%, 17% 증가했다. 하지만 연장 후 1년간 거래 대금을 분석한 결과 도리어 18%, 6%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거래 시간 증가로 인한 거래량 증가가 박스피(박스권서 벗어나지 못하는 코스피를 비판하는 말) 탈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들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거래량 부진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기업 실적이 뒷받침해야 최근 부진한 증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스피는 코스피가 1900~2000 포인트 사이에 갇혀있다는 의미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코스피는 1900~2000 사이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이용한 투자 전략도 있을 정도”라며 “박스피 원인을 거래 시간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워 투자자들이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거래 시간 증가가 증권 종사자 근로 부담만 과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거래 시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한국이 MSCI 선진지수에 포함되거나 현재의 박스권 증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거래시간 연장 방침은 업계의 의견 수렴 같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데다 아무런 경제적 효과나 타당성도 입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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