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산 원유 도입량 10년 만에 최대…이란산도 123% 늘어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원유 수입국을 늘리고 있다. 더불어 국가별 원유 수입량도 변화하는 모양새다.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기존 수입 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원유 구매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프리카산 원유와 콘덴세이트 수입량은 959만2000배럴이다. 콘덴세이트는 초경질유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납사(Naphtha)를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올해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아프리카산 원유 도입량은 약 40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0년 만에 최대 수입량이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질이 좋지만 비싼 아프리카산 원유를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셰일가스가 본격 개발되면서 원유 시장에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 아프리카산 원유 가격이 낮아지자 국내 업계는 아프리카산 원유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량은 2008년에는 993만2000배럴로 집계됐다. 2011년에는 277만2000배럴로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 2530만배럴, 2015년 2669만배럴로 도입량이 급등하고 올해는 1분기에만 959만배럴을 기록했다.
기업별로 보면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한화토탈이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에 적극적이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올해 1분기에 아프리카산 원유를 315만4000배럴 수입했다. 지난해 200만9000배럴과 비교해 36% 가량 늘었다. 또 올해 3월부터 콩고에서도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 거래가 전혀 없었던 콩고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등 아프리카산 원유를 구입하는 것은 SK에너지가 진행하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 정책의 일환이다”며 “원유 수급에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원유 구매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분기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을 하지 않은 SK인천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에만 적도기니아산 원유를 208만1000배럴 수입했다. GS칼텍스도 1분기에 원유 109만8000배럴을 아프리카에서 들여왔다. 한화토탈도 1분기에 아프리카산 원유를 325만9000배럴 수입했다.
이 밖에 오만과 영국산 원유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1분기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오만산 원유를 585만9000배럴 수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인 1만2000배럴과 비교해 7250% 급증한 수치다. 1분기 영국산 원유 수입량은 820만9000배럴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0% 늘었다.
또 이란산 원유 수입량도 늘었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1분기 이란산 원유를 2285만배럴 수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2.93% 증가했다. 이는 지난 1월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경쟁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출을 늘린 까닭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1분기 80만배럴에서 올해 1분기 911만배럴, SK에너지는 517만배럴에서 764만배럴, 현대오일뱅크도 404만배럴에서 610만배럴로, GS칼텍스는 404만배럴에서 610만배럴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눈에 띄는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원유 수입선 다변화가 회사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10년 전 국가 차원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전략과 달리 지금은 철저히 민간업계가 주도하는 상황이다”며 “저유가 기조로 원유 가격이 하향평등화 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보유한 정제설비에 맞는 원유를 찾는 등 최대 수익을 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