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화 결정 신청 기회 단 한번 남아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유방암 환자들의 청원이 드세지고 있다. 유방암 표적 치료제 퍼제타의 급여화를 위한 것이다. 그들에겐 생존과 직결된 몸부림이다. 퍼제타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표적 치료제 중 하나다.
검색 포털 서비스 다음 아고라에선 지난 12일부터 퍼제타 급여화에 대한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23일 기준 1000여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의 게시판도 급여화를 요구하는 글이 넘치고 있다. 지난 1~2주 간 퍼제타 급여화에 대한 건의는 120건을 넘어섰다.
퍼제타 효능은 검증된지 오래다. 하지만 퍼제타로 치료하는 환자는 드물다. 의사들도 왠만해선 환자에게 퍼제타를 권하지 않는다. 비싼 약 값 탓이다. 1회 투여에 400만원이나 된다.
본지가 지난 18일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유방암 환자 A씨(48세)는 “유방암 제거 수술 하루 전날 밤 퍼제타에 대해 알았다. 담당 의사가 단 한번도 내게 퍼제타를 권한 적이 없다. 다음 날 의사에게 항의하니 오히려 고마워했다. 비싼 비용 탓에 퍼제타를 쉽사리 권하지 못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약사가 조건부 비급여 가중 평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약가를 제시하면 바로 급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퍼제타의 경우 심평원에서 수용하기 곤란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퍼제타 제약사 한국로슈는 심평원에 퍼제타에 대한 급여 결정 신청을 두 번했다. 두 번 모두 비용효과성 문턱에 걸려 실패했다. 앞으로 남은 급여 결정 신청 기회는 단 한번이다. 세 번째 신청도 실패하면 퍼제타 급여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간다. 한국로슈는 지난해 12월 두 번째 평가 후 재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급여평가내용에 대해) 재결정 신청을 하기 위해선 이전 제출 자료와 비교해 임상 자료 등 중대한 변경 사항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급여화를 위한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퍼제타를 급여화하긴 어렵다. 하지만 보건 당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한국로슈가 결정 신청을 해야 급여화를 추진할 수 있다. 퍼제타 급여화에 최대 걸림돌은 비용효과성”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8월1일부터 저소득 가구에 한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지원 대상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에 대한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환자다. 소득은 최저생계비의 200% 이하, 본인 부담 의료비는 300만원 이상이여야 한다.
한 유방암 환자는 “(유방암 환자 중)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에 해당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른 보장도 실손 보험이 있으면 받을 수 없다”며 “(보건 당국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관리 관계자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일시적 과부담 의료비에 대한 사업이다. 누적 의료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소득 수준, 가구원 수 등에 따라 지원 수준은 제각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