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퇴원' 신격호 재입원 없을 듯…'출장 감정' 없이 재판부 직권으로 결론 날 듯
법원이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재판을 오는 25일 다시 진행한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19일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정신감정을 위해 입원 중이던 서울대학교병원을 입원 사흘 만에 무단 퇴원한 바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신청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오는 25일 오후 4시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신 총괄회장 측에 무단 퇴원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신청인 신정숙씨 변호인도 이날 재판에 참석하게 됨에 퇴원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또 성년후견인 지정과 관련해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상태를 어떻게 파악할지를 두고 양측 변호인과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신 총괄회장 측에 재차 입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이미 여러 차례 강력하게 '입원 거부' 의사를 표명해온 만큼 재입원 방안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년후견인 관련 정신감정을 위한 입원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신 총괄회장 측 김수창 변호사(양헌)도 "대안이 없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법원의 입원 결정에 내려진 이후 지속적으로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들에게 "멀쩡한 내가 왜 정신감정을 받아야 하느냐"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 총괄회장 입원 거부의사가 명백한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 측은 25일 재판에서 출장 감정, 통원 검사 등을 대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입원이 아닌 조건에서 옆에서 잘 설득하면 검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안을 재판부가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 측은 앞서 이 같은 검사 방안을 지난 3월 검사 방법 협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와 신씨 측은 전례가 없다는 점과 공정성 등을 문제 삼아 거부한 바 있다.
재판부와 신씨 측은 당시 출장 감정 등이 진행될 경우 알츠하이머(치매) 검사 중 하나인 인지능력 검사에서 외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에도 신 총괄회장 측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재판부는 직권으로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대한 결론을 내려 이를 토대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 첫 심문과 지난 17일 서울대병원 검증에서 신 총괄회장을 직접 만난 바 있다.
한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재판부가 다른 방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신 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진행 과정, 주변인 진술, 병원 진료기록 등이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료기록과 관련해 앞서 서울대병원(연건동)과 분당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신 총괄회장 과거 진료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병원 제출 서류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알츠하이머 검사기록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양측에 비밀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