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가 없었다"…정신감정 없이 성년후견인 결론 내릴 듯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위해 입원 중이던 서울대학교병원에서 19일 무단 퇴원했다. 신 총괄회장은 앞서 17일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과 관련해 법원 결정에 따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서울가정법원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대병원을 무단으로 퇴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오후부터 퇴원을 요구하다 3시경 병원을 나갔다"며 "특정 검사를 거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법원 관계자도 "법원의 허가나 사전협의는 없었다"며 "자세한 (퇴원) 경위는 신 총괄회장과 신정숙씨 대리인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의 입원거부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성년후견인 관련 심리는 계속될 예정이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정신감정을 위한) 강제 조치는 할 수 없다"며 "추후 사건진행은 심문기일을 열어 양측과 절차를 의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재판을 열고 성년후견인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재판부가 추가 재판을 이어가며 의학적 검증 없이 직권으로 성년후견인 여부를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신정숙씨 변호인 이현곤 변호사는 "추후에라도 정신감정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재판부가 지금껏 (재판) 진행상황과 정황증거를 갖고 (성년후견인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의 판단력에 문제가 없다며 성년후견인 재판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 2월 성년후견인 첫번째 심리에 직접 출석해 "지금 판단능력은 50대 당시와 전혀 차이가 없다"며 "도대체 왜 내가 판단력때문에 여기까지 나와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느냐"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성년후견인 신청인 신정숙씨에 대해 "그 얘 판단능력이 이상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가정법원 재판부는 이후 양측과 협의해 '4월25일 서울대병원 입원을 통한 정신감정'을 결정했다. 입원 조건과 관련해선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면회는 허락하지 않아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SDJ코퍼레이션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활동을 위해 설립한 회사이다. 신 총괄회장 뜻에 따라 SDJ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이후 신 총괄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당초 예정된 지난달 25일 서울대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입원 거부 의지가 강하다"며 법원에 입원 시기를 5월16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정숙씨 측은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의 버티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지난 16일 예정대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당시에도 입원 거부 의지가 강했다고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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