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과평가제 도입 지렛대로…노조 "제도 강행은 되레 경영실적 악화시킬 것"

전국금융산업노조 조합원 대표들이 지난 14일 '금융노조 합동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에 반대하며 삭발을 했다. / 사진=뉴스1

 

IBK기업은행이 성과중심 개인평가체계를 마련했다. 이번 초안 마련은 정부에서 기업은행에 민간은행 성과주의 모범사례가 될 것을 주문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 작업에 속도를 내면 그만큼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도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점 때문에 실적이 좋은 기업은행이 지금처럼 성과연봉제 평가 기준안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조1506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1.5% 늘었다. 2년 연속 1조원대를 달성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사내 인트라넷에 '성과주의 세부 설계 방안'을 공개했다. 성과주의 문화 도입을 위한 초안이다. 은행 측은 이 안을 가지고 기업은행 노동조합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나 노조는 협상 절대 거부를 고수하고 있다.

초안의 골자는 차하위 직급까지 성과제를 도입하는 데 있다. 기업은행은 이전까지 비간부직에 대한 근무평정을 급여가 아닌 승진 등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운영했다. 앞으로는 성과주의 평가 제도를 통해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연봉에도 연동할 방침이다.

나기수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금융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성과주의 도입을 강행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1인당 생산성도 가장 높은 은행이다"며 "이런 실적에도 성과주의를 도입한다는 말에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직원들 사기를 떨어뜨리면 결국 은행 실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첫 시험대가 기업은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이 이번에 발표한 성과연봉제 안은 비간부직에도 개인평가를 시행하고 평가 방식을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절대평가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절대평가를 통한 상대평가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직원 평가 점수가 90점이 나온다고 모두 연봉이 오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절대평가를 통해 순위가 나열되면 상위 그룹, 하위 그룹 등 그룹별로 나누는 방식의 평가를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이러한 평가를 도입함으로써 역량 있는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성과를 내지 못한 직원들에 대해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업무협조, 개선 노력 등 '팀워크 지표'를 적용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나 노조위원장은 "저평가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며 "상사들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 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산업은행처럼 차후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찬반 투표나, 도입 동의서를 받겠지만 이에 동조할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엿다.

산업은행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직원들로부터 성과연봉제 도입 찬반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1850명 가운데 1755명(94.9%) 조합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표는 68명(3.7%)에 불과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측에서 투표를 하고 있진 않지만 산업은행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선 5월 말까지 성과주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 협상이 안 돼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발표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금융공기업은 산업·기업·수출입은행, 신용·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등 아홉 개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기업은행이 민간 은행의 성과주의 모범사례가 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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