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파악 정확성 높이도록 조세행정 개선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 사진=뉴스1

지역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건강보험공단 전체 민원 중 건보료 관련 민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가 이원화된 가운데 소득에 비례한 부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공단 전체 민원 9008만건 중 6725만건(74.7%)이 보험료 관련 민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이의신청 결정건수는 총 3778건이었다. 유형별로는 보험료 불만이 2751(보험료 부과조정징수 2167, 자격 584)으로 72.8%에 달했다.

 

우리나라 건보료는 보험가입자(피보험자) 자격을 직장과 지역으로 구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산정된다. 직장가입자 건보료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부과하는 반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및 소득을 대리할 지표(재산, 자동차, 근로능력 등)에 따라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건보료 부과체계가 이원화된 이유는 지역가입자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원화된 부과체계의 문제점은 보험료 부담능력이 같아도 가입자 자격에 따라 건보료 액수가 달라지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보험료가 과다 산정됐다는 지역가입자 민원이 연간 수 천만건에 이른 것이다. 건보료 부담을 줄이거나 회피하기 위해 직장가입자 자격을 불법으로 취득하거나 피부양자로 편입하는 등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사회보험료 부과와 관련한 주요 정책목표 중 하나는 공정한 재원조달이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 중심 부과체계를 정립하고 있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및 소득대리지표에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올해 지역가입자의 월 보험료는 소득, 재산, 생활수준,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고려, 부담능력을 점수로 표시한 보험료 부과점수에 점수당 금액(179.6)을 곱해 산정한다. 피보험자가 실제로 납부해야 할 건보료는 장기요양보험료(보험료율 6.55%)를 합산한 금액이다.

 

19대 국회에서는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한 종합적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지역가입자 부과방식을 소득 중심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양도∙상속∙증여소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전∙월세 재산에 대한 기본 공제 개념을 도입했다.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낮추고 피부양자 부양요건을 강화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2012 4월 전∙월세금 상승률에 상한선(10%)을 도입했고, 전∙월세금 중 부채분을 공제했다. 9월부터는 전∙월세보증금 중 300만원을 공제하도록 했다.

 

2013 6월에는 연금소득의 절반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사람, 근로∙기타소득 합계액이 4000만원을 넘는 사람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편입할 수 없도록 했다. 2014 1월엔 전∙월세금 기본공제액을 500만원으 상향조정하고, 노후 자동차 보험료 부과점수를 경감 또는 면제토록 했다.

 

보험료는 부담능력의 척도인 소득을 근거로 산출∙부과돼야 한다. 하지만 평가소득의 불합리성과 현실적 대안 부재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세대에 적용되는 평가소득은 성∙연령, 재산, 소득, 자동차 점수를 합산∙산출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평가소득은 세대의 실제 부담능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가족 구성원의 성∙연령 등에 보험료가 부과되므로 세대원 수가 많은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보험료가 소득 역진적일 가능성도 있다.

 

지역가입자 전체 세대의 77.7%(무소득 4024000세대, 연소득 500만원 이하 1972000세대)가 불합리한 평가소득 적용을 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다.

 

부과요소 재산 폐지의 타당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가입자 69%가 재산 5000만원 이하로, 전∙월세 보증금을 포함한 생계형 저가 재산 보유층에 속한다. 이들 재산을 소득 대리 지표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있다.

 

지역가입자 자격 기피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인인구 비중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지역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실제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지역가입자는 줄고 피부양자와 직장가입자는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 6월 기준 지역가입자는 14691000명으로 2003(22269000)에 비해 34% 줄었다. 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와 피보험자는 각각 20545000, 35451000명으로 28.2%, 42.8% 증가했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조사관은 조세 포착률이 낮은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고려할 때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부과 기준 단순화를 목표로 점진적 개선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 저소득 세대에 대해 평가소득 보험료 부과 대신 정액의 최저보험료를 도입해야 한다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조사관은 장기적으로 건보료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만 피부양자 자격을 갖도록 해야 하며, 지역가입자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조세행정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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