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에어만 성장한 4월...쌍용차 판매 양극화 해결해야
쌍용차 판매량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쌍용차가 티볼리 롱 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자 가격대가 겹치는 자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C가 역풍을 얻어맞았다.
코란도C와 스포츠 등 후속버전 출시가 1년 이상 남은 가운데, 티볼리 에어 신차효과까지 종료될 경우 쌍용차 전체 판매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에어 나왔는데 코란도C 사겠어요?”
쌍용차에게 티볼리는 기회이자 숙제였다. 티볼리는 쌍용차의 내수 성장 기폭제 역할을 해냈다. 다만 잘 팔리는 티볼리 탓에 다른 주력차종인 코란도와 렉스턴 등이 조명받지 못했다.
쌍용차는 티볼리가 장기적으로 ‘SUV 명가’라는 브랜드 제고에 큰 역할을 해낼 것이라 자신했다. 티볼리의 긍정적 이미지가 코란도 라인업까지 옮겨간다면 판매량이 동반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란도C가 1월 723대에서 2월 929대로 소폭 반등하자 쌍용차 관계자는 “구형 모델은 경쟁 신차에 밀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판매 반등은 티볼리 인기 덕으로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티볼리를 보러 온 소비자 중 일부가 전시된 코란도C를 보고 구매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3월 이후 이 같은 기대는 어긋났다. 쌍용차가 티볼리 롱 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며 코란도C에 판매간섭 효과가 발생했다. 같은 디젤 엔진 기반의 가격대가 겹치는 신차가 나오자 영업사원들이 코란도C를 추천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서울시 강남구 소재 쌍용차 영업소 직원은 “티볼리는 가솔린과 디젤이라는 두 가지 모델이 있어 코란도C와 확실히 구분된다”며 “반면 에어와 코란도C는 같은 디젤 SUV다. 영업하는 입장에서 가격대가 비슷한 구형 모델은 추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티볼리 의존도 지나쳐...공임비 경쟁력 끌어올려야
업계 관계자들은 티볼리 에어와 코란도C의 판매 간섭효과보다 티볼리에 편중된 쌍용차 판매량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코란도C 판매하락 원인이 티볼리 에어 탓이 아니더라도 쌍용차가 이 같은 하락세를 방어해낼 묘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쌍용차가 올 최대 실적을 기록한 4월 판매량을 보면 티볼리 편중현상은 심각해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달 티볼리 에어 판매(2342대)가 전월 대비 62.8% 증가하면서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2.3% 늘었다.
같은 기간 코란도 라인업과 렉스턴W, 체어맨W는 판매량이 주저앉았다. 쌍용차 전체 판매량의 60% 육박하는 티볼리 브랜드가 선전하며 주력 차종들의 하락세를 가려줬다.
또 티볼리 브랜드 전체 판매량은 늘었지만 티볼리 판매량은 전월 대비 줄었다. 티볼리 에어 판매량이 3월 1439대에서 4월 2342대로 늘어난 사이 티볼리 판매량은 3월 3358대에서 4월 3033대로 9.6% 하락했다.
쌍용차는 매년 1개 이상의 신차를 출시해 점진적으로 라인업을 강화해 간다는 방침이다. 2017년 상반기에 렉스턴W 후속 모델, 2018년 코란도 스포츠 후속모델을 각각 출시한다.
다만 티볼리 에어 신차효과가 종료되는 올해 하반기를 버텨낼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정비 및 서비스 분야를 강화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쌍용차 티볼리를 앞세워 선전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일부 모델에 국한된다. 이는 곧 브랜드가 매니아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뚜렷한 신차가 없는 상황에서 보다 넓은 소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수리·공임비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