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 본인 경험 전하며 학생 집중력 도모

성신여자대학교 '실용금융' 수업. 금융감독원은 대학들이 '실용금융' 강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교재와 강사를 지원하고 있다. / 사진=이용우 기자

 

실용금융 수업은 '연금'이 주제였다. 여대생들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고민하는 직장인에게나 피부에 와 닿을 이야기였지만 "우리 부모님 이야기니까요"라고 한 학생은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대학 실용금융'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성신여자대학교를 찾았다. 이번 강의는 3학점짜리 교양과목으로 개설됐다. 수업 30분 전이었지만 강의장에는 20명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기다렸다. 9시가 되자 강의장은 120여명의 학생으로 가득 찼다. 금융에 대한 것이라면 무슨 말이든 듣겠다는 태세였다.

금감원이 추진하는 실용금융 강좌는 올해 국내 22개 대학에 개설됐다. 금감원은 실용금융 강좌를 개설한 대학에 금융교육 강사, 실용금융 책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이 되면 카드 사용, 학자금 대출 등 실질적인 금융거래를 시작한다. 하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 20대 금융사기 피해 사례는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석은주(영어영문학과)씨는 "보이스피싱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 이름으로 온 문자에는 계좌번호와 함께 결혼 축의금을 보내라는 내용이 담겼었다. 알아보니 사기 문자였다"라며 "또 한 친구는 개인 신용정보를 보내라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업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수업을 받았다"라며 "동영상 등 시청각 자료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를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전했다.

금감원이 지난 2014년 12월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벌인 결과 대학생을 포함한 20대 금융이해력은 61.8점이었다. 30대(71점), 40대(72.4), 50대(70.3)에 비해 낮았다.

또 취업난·등록금 부담 등을 노린 대학생 금융사기 등 각종 금융피해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접수된 20대 청년층의 금융민원은 지난해 6103건으로 나타났다. 2012년 3667건에서 지속해서 늘어났다.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신청 건수도 지난해 8023건으로 2014년 6671건에서 크게 늘었다.
 

대학생들은 금융감독원이 제공한 실용금융 책자를 보며 수업을 들었다. / 사진=이용우 기자
수업을 맡은 반영희 금감원 국제협력국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학생을 위한 금융교육 시스템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며 "이번에 국내 대학생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해 금융에 대한 기초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면 금융사기 예방과 개인금융자산관리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연금과 금융개혁에 관련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고 국내투자는 축소하고 있는 내용이 나왔다. 취직 후 선택하게 될 연금 종류에선 전문용어가 나왔다. 과거 실패한 금융개혁 정책과 추진 중인 금융개혁을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 학생들의 이해력을 도왔다.

김모(융합문화예술학과)씨는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 전체적으로 수업이 어렵다"라며 "오늘 같은 경우 경제학과 수업 같아 실생활에 어느 정도 필요한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모(심리학과)씨는 "주식이나 투자, 연금 등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라며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반 연구위원은 "수업 내용 중에는 MBA에서 배우는 어려운 내용도 포함돼 있어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할지 모르겠다"며 "2~30명 내외로 구성된 소규모 수업을 하면 학생들과 잘 소통하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학생 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무료로 나눠 준 '실용금융' 교재에 저축상품과 투자상품 특성, 금융상품 투자 시 유의할 사항, 올바른 부채 및 신용관리, 연금과 보험의 활용방안, 금융소비자 보호제도 등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이 들어있다.

반 연구위원은 "30년 동안 한국은행과 금감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지식을 전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 중 뉴욕에서 일하며 겪은 현지 취업난과 국민연금 수익률에 대한 개인 의견을 전하며 학생들의 집중력을 유도했다.

백지현(경영학과)씨는 "학교 동아리에서 모의투자를 한 적이 있다"라며 "당시 투자에 대한 지식이 없어 헤맸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투자 지식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2학기부터 대학교 실용금융 강좌 개설 규모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내달 말까지 각 대학에서 추가 지원신청을 받는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전국 339개 대학교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실용금융 강좌 개설에 많은 학교가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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