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영업이익 61% 껑충…석유공사 4조8000억원 순손실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해 9월 에너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민간 정유·화학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저유가 바람을 타고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은 유가에 따라 천지 차이의 실적을 내고 있다.

1분기 민간 정유업계 이익은 지난해 2배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1분기 영업이익은 총 1조85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회사들의 영업이익 9601억원의 두 배다.

정유사들이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정제마진 개선이다. 정제마진은 정제한 제품가격과 원유 가격 차이로 4∼5달러를 손익분기선으로 본다.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로 불리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평균 배럴당 7.5달러를 유지했다.

민간 화학사도 마찬가지로 저유가 특수를 누렸다. 국내 주요 화학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450%까지 늘었다. 이처럼 화학업계가 1분기 높은 이익 증가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저유가로 인한 원가하락, 타이트한 수급, 견조한 수요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민간 정유·화학사들이 저유가로 좋은 실적을 거둔 반면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의 성적은 각양각색이었다.

한국전력공사는 민간업계와 마찬가지로 저유가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한전 1분기 영업이익은 3조6053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61%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76.8% 증가한 2조1628억원을 기록했다.

연료비 감소 등으로 매출원가가 6.2% 줄어든 반면 전기 판매 수익은 늘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4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연료비 총액이 지난해 4조6230억원에서 3조706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석유공사는 저유가 기조에서 손해를 봤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4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5년 공공기관 결산에 따르면 석유공사 부채비율은 2014년 221%에서 453%로 급증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 유가전망치 하락에 따른 개발사업부문 자산손상 등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가격이 폭락해 2011년 인수한 영국 석유회사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 등 보유자산 가치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석유공사가 원유를 직접 개발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원유를 정제해서 판매하는 민간 정유·화학업계와 달리 저유가에 취약하다고 분석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제 제품을 판매하는 민간사와 달리 해외 자원개발에 집중하는 석유공사는 유가가 떨어지면 그 타격이 크고 즉각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제품 판매 단가 하락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가스공사는 1분기 매출 7조7646억원, 영업이익 8941억원, 당기순이익 5113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3.3% 늘었다. 하지만 저유가로 인한 매출단가 하락으로 매출이 24%나 떨어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수입하는 LNG 가격과 판매 가격은 연동한다”며 “1분기 도시가스용 LNG 도매요금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7% 하락했고 발전용 LNG 도매요금은 25.1%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스공사의 가스도매업은 정부로부터 이익을 보장 받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해외 개발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스공사의 가스도매업은 정부가 이익을 보장한다”며 “가스공사가 해외사업 부문 실적을 개선하지 않으면 저유가 흐름에서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가스공사의 1분기 해외영업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했다. 가스공사의 알짜 사업으로 꼽히던 이라크 주바이르(Zubair) 유전 사업 1분기 영업이익은 2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5% 줄었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 사업 영업이익도 3.8% 줄었다. 호주 CLNG 가스전은 영업손실 19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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