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엔씨 ‘맑음’, 넥슨 ‘먹구름’
국내 게임업계 주요 3사 가운데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1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7.3%, 69% 늘리며 어닝서프라이즈를 이뤄냈다. 반면 넥슨은 영업이익이 83%나 줄어들어 어닝쇼크 수준으로 부진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3사는 지난해 매출 기준, 1위부터 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른바 ‘빅3’로 불린다. 3사 모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엔씨소프트, 글로벌 호조...하반기 신작 돌풍 예고
먼저 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 매출 2408억원, 영업이익 7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9%나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6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나 증가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 시장 매출이 증가하며 올해 1분기 반전을 이뤄냈다. 특히 해외 매출은 1093억을 기록했다. 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대비 9%포인트 오른 45%로 확대됐다.
엔씨 측은 리니지·아이온·블레이드&소울 등 주력 PC 온라인 게임이 지속적 업데이트와 서비스 개선으로 성장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특히 블레이드&소울은 북미·유럽에 출시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인 540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02% 뛴 수치다.
엔씨의 경우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엔씨는 올해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리니지 지적재산권(IP) 기반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 레드나이츠’, ‘리니지 온모바일’, ‘리니지2 레전드’가 출시된다. 리니지2 IP를 활용한 넷마블과 스네일게임즈 개발 모바일 게임 2종도 출시가 계획돼 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신작들은 탄탄한 IP를 기반으로 제작돼 흥행 가능성 및 규모가 다른 게임들보다 훨씬 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온라인·모바일 양쪽에서 다양한 신작 효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엔씨소프트의 성장 가시성이 강한 시기”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또한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는 “기존 IP의 견고한 성장 속에 신작 게임의 출시와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는 신작 모바일 및 PC온라인 게임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 해외매출 사상 최대치 기록
넷마블은 지난 1분기 매출 3262억원, 영업이익 5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3% 늘었다. 특히 해외매출은 전체 매출 대비 48%에 해당하는 157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일본에 진출한 ‘세븐나이츠’가 출시 3개월 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어 넷마블이 높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넷마블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 ‘콘(KON)’, ‘이사만루2 KBO’ 등의 신작 실적에 더해 ‘세븐나이츠’, ‘이블베인’ 등 주요 거점 시장에 진출한 게임들의 글로벌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넷마블은 지난달 20일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스톤에이지’를 앞세워 올해 글로벌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모바일 스톤에이지는 전세계 2억명이 즐긴 PC온라인게임 ‘스톤에이지’를 모바일로 재탄생시킨 게임이다. 이 게임은 공룡캐릭터를 수집·성장시키는 재미 요소와 턴제 방식의 전략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넷마블은 오는 6월 국내 출시 후 하반기에 중국, 일본, 서구시장 등에 이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KON은 하반기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며,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리니지II’와 액션 RPG ‘N.O.W’ 등도 3분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약 30종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해외 매출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넥슨, 일본 자회사 ‘글룹스’에 발목 잡혀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업계 2위와 3위인 넷마블과 엔씨가 만족할만한 1분기 성적표를 받은 반면 업계 1위 넥슨은 일본 자회사 ‘글룹스’에 발목이 잡혔다.
넥슨은 1분기 매출 5977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3%나 급감했다. 넥슨이 80%가 넘는 큰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3900억원에 인수한 일본 모바일게임사 글룹스의 손상차손 때문이다.
손상차손은 인수 회사의 실제 가치가 사업 부진 등으로 장부가보다 낮아질 때 그 차액을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글룹스는 피처폰 시절 때 휴대전화 게임을 주로 만들던 업체로 2012년 넥슨이 일본 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수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대응이 늦어지면서 장기간 부진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룹스의 현재 기업가치는 1500억원 수준으로 인수가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기업가치가 1분기 실적에 손상차손으로 반영되면서 넥슨의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넥슨 관계자는 “1회성 비용인 만큼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263억엔(약 2709억원)으로 자사 전망치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넥슨은 당초 1분기 영업이익을 186억~222억엔 수준으로 예상했다.
넥슨은 최근 도미네이션즈 개발사 ’빅휴즈게임즈’를 인수하는 등 전략적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과 해외시장 공략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1분기 중국과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거뒀다”며 “앞으로 세계 곳곳의 선두 업체들과 협업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