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현재 금리 수준, 실물경제 뒷받침 충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1개월 연속 1.5%로 동결했다. 대외 경제 여건에 비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현재 금리 수준이 실물경제 수준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도 작용했다.
한은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5%로 동결했다. 이번 결과는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한은은 지난 2014년 8월과 10월 금리를 인하한 후 지난해 3월 금리를 1.75%로 내렸고 3개월만인 지난해 6월 또다시 금리를 1.5%로 끌어내렸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본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은 6% 중반대 성장률을 유지했고 유로지역도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움직임을 유지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재유가는 산유국간 감산 논의 등으로 4월 하순 이후 배럴당 40달러대로 상승해 이를 배경으로 주요국 금리가 대체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세계경제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신흥시장국의 금융·경제상황, 국제유가 움직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경제에 대해 “수출은 감소세를 지속했고 소비 등 내수와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완만한 개선 움직임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고용면에서는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고용률과 실업률은 전년 동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저유가 영향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며 전세가격은 낮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4월 이후 금융시장에서 “은행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하겠지만 대외 경제여건에 비추어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금리 수준이 실물경제 수준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금통위 전부터 금리 동결을 점쳤다. 2012년 4월부터 금통위원을 지낸 4명의 의원이 지난달 교체돼 신임위원인 조동철, 이일형, 고승범, 신인석 위원이 첫 회의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임위원들이 처음 참석하는 회의라 총재 및 기존 위원들의 입장에 반하는 견해를 개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도 "4명 금통위원이 의견을 행사하는 첫 회의라 적극적 행동을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금리동결에 무게를 두게 하는 요소다. 지난 2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은의 입장은 모호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과 기재부가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놓고 의견을 조율중이라는 점에서 동결을 예측했다"고 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 중인데 구체적 방향이 나오기 전까진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6월 한은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이미선 하나 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중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 평가가 마무리되고 구조조정 필요자금 규모가 6월경에 발표될 예정이라는점, 7월에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일정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7월쯤에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최근 이주열 총재가 타이밍을 강조한 금리인하를 언급한 만큼 구조개혁 정책이 구체화될 6월 인하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지표 부진, 호주의 금리 인하 등 대내외적인 여건이 인하를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고 주요 경제지표들도 뚜렷한 회복세가 나오지 않아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