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 침해논란과 원가변동‧낮은 영업이익은 변수

식자재유통업이 대형화하고 있다. 매출 2조원을 넘어선 CJ프레시웨이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인다. / 사진=CJ프레시웨이

 

기업형 식자재유통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선 CJ프레시웨이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중국도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다만 골목시장 침해논란과 유동적인 원가, 낮은 영업이익은 변수로 떠올랐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을 사업부문으로 둔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올 1분기 매출도 5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성장한 수치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에도 169개 대형 외식업체와 연간 130억원 규모 식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전국 91개 단체급식 사업장과는 연간 291억원 규모 식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과거 국내 식자재유통은 업자와 식당 간에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장점도 있지만 식자재 질을 유지하는 데 약점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성장모습이 미국 최대 식자재 유통업체 시스코(Sysco)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시스코는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식자재유통 1위 기업이다. 지난 2013년에는 2위업체 US푸드를 35억달러에 인수하려다가 독과점 논란 탓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 회사는 미국 전역에 200개 가까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48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시스코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연평균 8.5%씩 성장했다. 미국 외식산업 성장과 맞물려 커진 셈이다. 국내 식자재유통 시장도 이 당시 미국의 성장모델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산업 성장은 대형호재다. CJ프레시웨이도 지난달 28일 ‘서래갈매기’와 ‘서래통’ 브랜드를 운영하는 ㈜서래스터와 연간 60억원 규모 식자재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최근 62개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를 새 거래처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시장은 영세업체 위주로 난립하고 있다. 최규완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외식산업정책학회 세미나에서 “국내 식재료 유통상 중 4%는 대기업이고 96%는 영세한 업체”라며 “음식점주들이 지역별, 품목별로 다양한 유통상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형 식자재유통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통단계를 줄이는 데 대기업 진출이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업체들도 대형화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해외진출은 대형화에 요긴한 전략이다. 외식산업이 성장국면에 접어든 중국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중국 영휘마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 개의 조인트벤처가 설립됐다. 하나는 영휘마트에 월 25억원 규모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다. 나머지 하나는 원물을 절단‧가공‧포장해 레스토랑 고객과 개인고객에게 판매하는 업체다.

이승화 CJ프레시웨이 글로벌·전략기획실 상무는 “하반기부터 사업이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소싱 품목을 다양화하고 품목당 구매규모도 높여 글로벌 식자재 유통회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식자재유통업체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5일부터 사흘 간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참가해 국내 식재료홍보관을 열었다. 여기서 현지 공급 중인 국내 전통장류와 면류 등 대용량 식재료가 전시됐다. 중국 식자재시장 진출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물론 변수도 많다. 우선 대기업 골목시장 침투논란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국내시장의 특성 상 식자재 공급업체 대부분이 영세하다. 개별 영업망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해 온 사업자가 많다는 얘기다.

원재료 원가가 고정되지 않은 점도 변수다. 식자재 상당수는 국제 공급처를 통해 공수해온다. 문제는 국제시장 환경에 따라 공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원가가 변동하면 결국 돈을 더 주고 사와야 하는데, 거래처에 유통할 때는 기존 가격으로 납품한다”며 “식자재 유통업의 약점 중 하나”라고 밝혔다.

매출이익에 비해 크게 낮은 영업이익도 숙제다. CJ프레시웨이는 1분기 매출액이 5358억원인데 영업이익은 32억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영업마진이 높은 급식부문에서 식자재유통 부문의 저조한 영업이익률을 메꾸는 모양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마진 사업인 급식업이 이익률 향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식자재유통부문 영업이익률은 채 1%가 안됐지만 급식부문은 6%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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