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83조6377억원…낙하산 인사 논란도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에너지 공기업 부채비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해외 자산의 가치가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하고 부채비율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이 부채 줄이기에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 공기업 부채비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5년 공공기관 결산에 따르면 한국광물자원공사 부채비율은 6905%로 지난해 219%와 비교해 30배 넘게 늘었다.

13개 에너지공기업 중 부채비율이 늘어난 곳은 ▲한국가스공사 308.56%→321.45%, ▲한국광물자원공사 219%→6905%, ▲한국석유공사 221%→453%, ▲한국지역난방공사 161.72%→181.35%, ▲한국수자원공사 112%→211%로 5개다. 15년째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석탄공사는 지난해 부채총계 1조5988억원을 기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이들 에너지공기업이 1년 내에 갚아야 할 부채는 16조76억원이다. 장기차입금까지 합하면 부채는 83조6377억원까지 늘어난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보다 부채가 많다는 뜻이다. 높은 부채비율은 기업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한국광물자원공사 부채비율은 구조조정 위기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인 7300%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내 공기업 전체 부채비율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에너지공기업의 높은 부채비율은 도드라진다. 2015년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지난해보다 18% 포인트 떨어진 183%로 집계됐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난해 원자재가격 하락 탓에 보유 해외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가격이 폭락해 2011년 인수한 영국 석유회사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 등 보유자산 가치가 떨어졌다”며 "원유가격이 올라가면 부채비율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자원개발 실패로 부채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한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급감해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 등에 대한 손상차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손상차손은 보유하고 있는 유형 자산의 미래 경제적 가치가 장부 가격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때 생긴 부채가 이어지고 있다”며 “매년 당기순이익 4000억원을 내고 있어 부채비율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부채비율을 안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국내 30대 민간기업 평균 부채비율은 79%다”며 “민간 기업에 비해 공기업은 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기가 3년인 공기업 사장도 기업의 구조적 개선보다는 임기 내에 사고 없이 보내는 것에 집중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상당수는 낙하산 인사 관행도 부채비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고 지적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이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공기업 사외감사 및 공공기관장에 낙하산 인사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취임한 김현장 한국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 출신이다. 김 상임감사는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광주전남본부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월 취임한 상임이사 유운영 대한석탄공사 상임감사는 자유민주연합 대변인 출신이다. 올해 초 취임한 김오영 한국서부발전 상임감사, 박대성 한국서부발전 상임감사, 김선우 한국중부발전 상임감사는 새누리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바 있다.
 

그러다보니 상임감사들이 사업타당성 등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이나 상임감사 중 에너지 관련 직책을 역임한 인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 연구실장은 또 “상임감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자원개발 같은 대규모 사업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하는 자리다”며 “낙하산 인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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