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기업구조조정 원칙과 방안' 기자회견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방안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치우치고 실업대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은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구조조정 대상 지역인 울산, 거제 등에서 발생할 실업과 지역경제 침체가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현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0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바른 기업구조조정 5대원칙과 방안을 발표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다. 이는 정부의 책임 회피”라며 “자칫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책임 있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날 기업구조조정 5대 원칙과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경영실패의 책임과 비용은 지배주주, 주주, 채권자 순으로 부담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 ▲정부 핵심역할은 실업대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 ▲정책금융의 부적절성 ▲국회, 채권단, 기업, 협력·하청업체,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구조조정협의체 구성 등이다.
경실련은 기업구조조정 최우선 과제로 실업대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을 들었다. 정부가 실업발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책은행을 통해 수조원을 부실기업에 지원하면서도 정작 실업대책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핀란드 기업 노키아는 구조조정 당시 퇴직자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1인당 약 3500만원을 지원했다. 또 해고자들을 팀으로 구성해 창업자금의 크기도 키워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며 “실업급여 수급 기간 연장과 수급액 증액, 고용보험 밖의 실업자들을 위한 실업부조 등의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직간접 피해를 입는 동남권 지역 경제를 위한 대책수립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회, 채권단, 기업, 협력·하청업체,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구조조정협의체를 구성한 후 구체적 원칙과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구조조정 방식은 관치금융만 강화할 뿐이라는 게 이유다.
정미화 변호사는 “정부의 입맛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구조조정 협의체에) 참여해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는 구조조정 자본마련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빨리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메르스 때처럼 정부가 혼자 알아서 하다간 문제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수익성에 기초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나 산은이 주도하면 결국 산은이나 정부 측에 인맥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조선 철강 화학 건설 등 얘기 나오는데 구조조정 돼야할 산업이 산적해 있다. 원칙 없이 관료들 편의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면 국가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다.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건 큰 의미에서 국가 재정투입과 동일하며 우리는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발권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결국 외환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