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구조조정 협조 안 한다해 당혹”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권력을 동원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제 19차 아세안(ASEAN)+3(한중일)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던 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 타당성이 필요하고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의 손실이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발권력 동원 타당성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께서 국회와 소통하고 국민 공감대를 획득하겠다고 하신 말씀은 아주 적절하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이 들어가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4일 협의체에서 구조조정 정책 윤곽이 나오면 국회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획득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손실 최소화 원칙과 관련해 "중앙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국가 자원을 배분할 권한은 없다"며 "한국은행법상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보면 아무래도 출자보다는 대출이 부합한다"며 "다만 출자 방식을 100%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타당성이 있으면 그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거론해온 한은의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한은이 지원금을 회수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2009년 운영된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고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을 다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이 할 역할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겠다며 금융안정을 가장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이 총재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한은이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협조를 안 한다는 얘기가 나와 당혹스럽다"며 "정부와 한은 모두 충족할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