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부터 적용…서면계약서 의무화, 제재도 강화
그동안 현실과 괴리된다고 비판받아온 예술인 복지법이 개정된 형태로 4일부터 시행됐다.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 사업주가 예술인과 고용 계약을 맺을 때는 서면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업주에 대한 제재조치도 전보다 강화됐다.
예술인 복지법은 지난 2011년 11월 제정됐다.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이 계기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예술인의 처우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모이면서 법안이 추진됐다. 그 작가의 이름을 따 일명 ‘최고은법’으로 불린다.
당시 제정된 법안은 예술인을 창작이나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로 정의했다. 예컨대 문학 분야는 최근 5년 간 5편 이상의 작품과 비평을 문예지에 발표해야한다. 영화는 최근 3년 간 3편 이상 출연하거나 1편 이상 연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증빙 방식은 현실과 괴리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령 영화나 연극의 경우 1편을 출연하기 위해 소요되는 준비기간이 길다. 이 기간은 활동으로 증빙하기 어렵다.
또 예술 창작활동은 프리랜서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민단체 등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의무적용하고 실업급여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태조사 결과도 이 같은 비판을 뒷받침했다.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면계약 체결을 하는 예술인이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비교적 산업규모가 큰 방송분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15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 제작스태프의 표준계약서에 대한 인지도는 43.1%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의 7%만이 표준계약서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독립연출자(PD) 역시 23.1%만이 표준계약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표준계약서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제작사와 출연진의 60~70%는 ‘자체 계약서의 사용’과 ‘구두 계약이 관행’이라고 응답했다. 또 제작 스태프는 ‘방송사 및 제작사가 귀찮아하는 것 같다’라는 이유에 답변한 비율이 36.8%나 됐다.
하지만 4일부터 이 같은 관행은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 사업주가 예술인과 고용 계약을 맺을 때는 계약 금액과 계약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제재도 강화된다. 시정명령을 받은 사업주가 정해진 기간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영화발전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공정한 예술생태계 조성을 통해 문화융성이 확대되도록 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며, “특히 문화예술계에서는 선후배 간의 친분관계 등으로 계약서를 주고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