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니로, 같은 제원에도 판매량 ‘천양지차’…외관이 운명 가른 듯
현대·기아차가 4월 자동차 시장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 전년 대비 5.7% 판매가 줄어든 반면 기아차는 주력 차량 판매가 호조를 띄며 12.7% 성장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건 친환경차 판매량이다. 지난달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월 대비 39.6% 급감한 755대다. 같은 기간 기아차 니로 하이브리드는 2440대 팔려나갔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유사한 제원을 지닌 ‘쌍둥이 차’다. 두 차량 모두 4기통 1.6 GDI 카파 엔진과 6단 DCT 변속기를 탑재했다. 최대출력도 엔진 105마력(hp), 모터 43.5마력, 시스템 141마력으로 같다.
연비는 니로가 아이오닉 보다 떨어진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니로가 공기저항을 더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니로 연비는 19.5 km/, 아이오닉 연비는 20.2~22.4 km/ℓ다.
판매가격은 아이오닉이 2289만~2721만원, 니로가 2327만~2721만원이다.
유사한 제원에도 양 모델 판매량이 극단을 달리는 이유는 결국 외관 디자인(익스테리어)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하이브리드 신차를 개발하던 현대·기아차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아반떼·K3와 유사한 디자인을 덧입혀 승용 시장을 공략하거나 SUV 루킹카(looking car)로 재탄생 시켜 쌍용차 티볼리 등과 경쟁시키는 방법이다.
초반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후자를 택한 기아차 선택이 옳았다. 경쟁이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서 니로가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당초 전망을 뒤집었다.
니로가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SUV라는 강점을 앞세워 경쟁모델인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면 아이오닉은 언덕밀림 현상이 발견되며 무상수리에 들어가는 등 품질 논란을 겪어야 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이 미래 자동차시장을 염두해 둔 모델로 월간 판매량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니로 수준에 근접했다면 현대차 4월 판매 하락폭을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점은 뼈아프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전기차(EV) 모델을 연내 투입하며 친환경 브랜드 동반 성장을 노린다. 기아차는 레저차량 판매가 확대되는 하계기간 니로 판매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국내 하이브리드차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니로와 아이오닉 동반성장을 노리려면 차량 간 판매간섭 현상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이오닉은 신차효과가 빠르게 꺼진 점이 아쉽다. 니로 역시 이 같은 성적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안다. 일본과 독일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신차 성적에 따라 판매량이 요동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