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선 따른 수익성 향상 VS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

 

국내 화학업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에스오일

1분기 국내 화학업체들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제품 스프레드(제품가격과 원료가격 차이) 개선과 업체 자체적 체질 개선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좋은 실적이 예기치 않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신중론을 펴고 있다.

 

국내 화학업체들이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LG화학 1분기 영업이익은 4557억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26.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381억원을 기록해 37.3% 늘었다. 기초소재부문 영업이익이 466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45.1% 증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견조한 기초소재부문 스프레드 지속과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로 높은 수익성 달성했다고 깜짝 실적에 대해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1분기 영업이익도 844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153.2%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부문에서 영업이익 22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155억원에서 1000억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주력 상품인 에틸렌(Ethylene)과 파라자일렌(PX) 정제마진 강세로 높은 실적 기록했다고 말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업체들도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케미칼 1분기 영업이익은 약 1400억원이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이다. 롯데케미칼 1분기 영업이익은 46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0.5%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화학업체 깜짝 실적의 주된 이유는 정제마진 개선이다. 지속되는 저유가 기조와 공급 부족으로 에틸렌, 파라자일렌 등 국내 화학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제품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정보기관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납사(Naphtha)는 톤당 944달러, 에틸렌은 1398달러로 스프레드 453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스프레드는 지속 확대돼 올해 1분기에 676달러를 기록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화학 업체들의 노력도 있었다. 2014년 부진을 겪은 국내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비핵심자산을 정리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LG화학은 지난 9월 오창 안전성강화분리막(SRS) 설비를 일본 화학사 도레이(Toray)에 매각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월 공급과잉 문제를 겪던 울산 염소·가성소다 공장을 화학제품 전문업체 유니드에 매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파라자일렌 생산 설비를 증설해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에 집중했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유가가 단기간에 오를 것 같지는 않다“2014년 부진 이후 체질을 개선해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설비를 갖춘 국내 업체들이 한동안 높은 수익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화학업체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일시적 현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업체 수익 구조는 글로벌 유가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1분기에 화학업체가 경영을 잘 했다기보다는 업황이 좋았던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분기에는 예상치 못한 화학 제품 공급 부족이 있었다“5월 중순부터 생산설비 정기보수를 마친 공장들이 가동되고 8월쯤 싱가포르에 위치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셸(Shell) 생산 설비가 재가동되면 정제마진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아시아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석유화학 제품 공급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글로벌 석유 기업 셸의 싱가포르 에틸렌 생산 설비가 고장으로 생산 정지 상태다. 게다가 일본 스미토모 케미칼도 작년에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대만, 중국 등에 위치한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도 1분기 정기보수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실제로 플래츠에 따르면 4월 셋 째 주 NCC 업체 스프레드는 톤당 477달러로 4월 첫 주 톤당 517달러보다 40달러가량 감소했다. 납사 가격은 3375달러에서 43406달러로 오른 반면 폴리에틸렌(PE),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고기능합성수지(ABS) 등 대부분 제품 가격이 떨어졌다.

 

국내 화학 업체가 유가 가격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 구조를 다각화 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황규원 연구원은 독일 바스프(BASF)나 미국 다우케미칼(Dow Chemical) 등 전통 화학 업체들이 100년 넘게 정상을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있다국내 화학 업체들도 사업 다각화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 유가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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