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조만간 마무리" 발표 후 한달째 무소식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심사가 관계당국의 눈치 보기로 차일피일 미뤄지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사진=뉴스1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심사가 관계당국의 눈치 보기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시가 급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승인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당사자들의 자료와 의견을 받아 심사한 뒤 심사보고서를 사업자 측에 전달한다. 이후 2주 간 사업자 의견을 수렴하고 다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를 안건으로 회의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서 결정 됐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를 바탕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전 동의를 구하고 동의를 받으면 최종 인가한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이슈는 이 중 맨 첫 단계에서부터 140일 넘게 지체되며 통신기업 심사와 관련해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선 상황이다.

 

총선 전까지만해도 공정위가 조만간 심사보고서를 낼 것이란 이야기가 무성했다. 정재찬 위원장은 지난 3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실무부서가 경쟁 제한성 검토를 어느 정도 마무리해서 조만간 심사보고서가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보도가 나가자마자 KTLG유플러스가 나란히 심사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민간하게 반응했다. 당시 조만간 심사보고서를 내겠다 했던 공정위는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이해당사자 및 정치권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이슈에 대해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KT, LG유플러스의 반대가 워낙 심한데다 무엇보다 지상파 3사가 반대의사를 표현한 상황에 공정위가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출범하며 공정위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공정위의 이 같은 시간 끌기에 가장 속이 타는 곳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양 측은 합병 완료 시점을 41일로 예상했으나 심사가 길어지면서 신규 사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합병을 전제로 신기술에 대한 투자 및 채용을 진행해야 하는데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달 30일이 돼서 국회가 열릴 때까지 심사가 미뤄지면 합병은 더욱 어렵게 된다. 통항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법적으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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