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기술력 갖춘 매출 24조의 거대 업체
최근 중국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전기(gree·格力電器, 이하 거리그룹)가 한국기업과 총판 계약을 맺고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거리그룹이 당장은 위협을 주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가격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가전 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거리그룹은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이미 200여개 국가에 에어컨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선 점유율 50%를 자랑하는 업체다. 2014년 거리그룹은 총매출 1400.05위안(약 24조 5000억원), 순이익 141.55억 위안(약 2조 48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거리그룹의 강점은 가격이다. 거리그룹이 판매하는 에어컨 가격(거리그룹 베이징인터넷 쇼핑몰 기준)은 1999위안(약 35만원)에서 9800위안(약 171만원)사이다. 삼성 무풍에어컨(벽걸이 에어컨 1대 포함) 출고가가 299~579만원, LG 휘센 듀얼 에어컨 출고가가 210~650만원인 점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총판 계약을 맺은 한국기업 이지웰페어 역시 거리그룹 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을 저렴한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이라고 말했다.
거리그룹의 기술력은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거리그룹에서 선보인 한 에어컨은 사물인터넷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면 와이파이를 이용해 에어컨 조종이 가능하다. 휴대전화로는 에어컨 시간설정이나 소음조정 등을 할 수 있다.
또 에어컨 한 대로 냉난방 모두 이용 가능하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기에는 에어컨의 따뜻한 바람을 이용해 내부 온도를 50도까지 올릴 수 있다. 반대로 영상 54도까지 올라가는 한여름에는 에어컨의 찬 바람을 통해 내부 온도를 13도까지 내릴 수 있다.
이번에 초도 물량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에어컨은 터보냉각, 자가진단, 3단계 취침모드 기능만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웰페어는 “일단 가정용 벽걸이 에어컨 1만 대 가량을 들여오고 반응이 좋으면 더 고급 기술이 탑재된 에어컨을 수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당장 거리그룹이 한국 시장에 위협을 주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론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상무는 “과거 하이얼이 한국에 진출했었지만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며 “현재 한국시장은 삼성과 LG가 막강해 당장은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한국업체가 성장하는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