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지원, 기술 이전, 재도전, 창업 의식 등 개선
정부가 벤처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초기 창업 기업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창업 3년 이내 벤처기업 비중이 급감하고 있고 주요국에 비해 창업 심리도 낮은 게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해 지원 제도나 자금 지원 등 정책의 실효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창업 관련 예산을 꾸준리 늘려왔다. 2013년 1조3968억원에서 지난해 1조5393억원으로 10.2% 증가했다.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고, 전국 270개 창업보육센터를 세우고, 청년창업펀드를 설립하는 등 기술 창업지원도 확대됐다. 덕분에 2006년 1만개 정도이던 국내 벤처기업 수는 올해 2월 3만개를 돌파했다.
국내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도 확대됐다. 국내 벤처캐피탈 투자 재원은 2006년 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1000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벤처캐피탈 신규 투자 규모도 7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런 벤처∙창업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술 창업이 미미한데다 폐업률은 높아 창업 3년 이하 벤처기업 비중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 중 창업 3년 이하 비중은 2012년 27.1%에서 2014년 13.4%로 급감했다. 이는 창업 기업 수가 줄었거나 창업 이후 3년 내 폐업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창업 심리도 주요국 대비 저조한 상황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 기회 인지는 13%로 스웨덴(70.1%), 미국(50.9%), 이스라엘(47.0%) 등에 비해 매우 낮다. 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이 42%로 미국(29.7%), 스웨덴(36.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은 생계형 창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OECD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창업 목적은 생계형이 63%로 미국(26%), 이스라엘(13%)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한국의 기회 추구형(혁신형) 창업은 21%에 불과했다. 미국, 이스라엘, 스웨덴 등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기술 창업의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엔젤투자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게 그 까닭이다.
한국의 엔젤투자 규모는 소득공제 신청 기준으로 2010년 341억원에서 2014년 800억원으로 2배 증가했고 엔젤투자 매칭펀드 투자액은 516억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등록된 엔젤투자자는 2011년 369명에서 지난해 말 946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한국의 엔젤투자 규모는 2014년 기준 미국의 0.5%, 투자자도 3% 수준에 그쳤다. 벤처기업 중 엔젤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기업도 1.8%로 나타났다.
한국은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비중이 매우 작다. 최근 창업 초기 자금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라우드펀딩도 성장이 더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자금 비중이 낮고,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비중도 스웨덴, 이스라엘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의 벤처캐피탈 규모는 2014년 기준 8억7000만달러, GDP 대비 0.06%로 미국(495억3000만달러)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비중도 0.139%로 스웨덴(1.427%), 이스라엘(0.386%)에 비해 낮다.
전세계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2010년 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44억달러로 성장했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수도 2014년 말 기준 1250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약 500억원으로 전세계 시장의 0.13%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성장단계별로 자금 지원, 기술 이전, 재도전과 창업 의식 등 환경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유럽의 창업 수도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은 창업 성공 사례 공유와 전문가 창업 커뮤니티 발전 등으로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창업 초기부터 성장을 지원하는 보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창업 자금 지원과 보육에 있어 엔젤투자, 엑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역할이 활성화돼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벤처 기업의 중간∙성장 단계를 지원하는 벤처 투자 비중이 낮고 기술 이전 효율성도 저조하다. 또 창업 기업의 낮은 생존율과 실패란 낙인으로 재창업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벤처투자자금의 신규 원천을 꾸준히 발굴하고 벤처 생존률과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창업보육기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이전이 창업과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성과 중심형의 지원으로 변화시키는 한편 지원 자금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원은 “유럽의 창업 매니페스트와 같은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전문가 커뮤니티 조성, 정보기술(IT) 인프라에 특화된 창업 지원 강화, 재도전이 용이한 사회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