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제5차 ‘2023 석유 콘퍼런스’ 개최
정유사, 법 미비로 SAF 생산체계 구축 늦어
"인센티브, SAF 의무화 등 정부 제도적 지원 필요"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년 석유컨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년 석유컨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 전망에 맞서 국내 정유사들은 새 먹거리로 친환경 연료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 연료 사업을 가로막던 관련 법안의 개정안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신사업 추진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이지만, 기술을 축적해 온 글로벌 선도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비용 지원, 세제 감면 등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대한석유협회,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함께 ‘2023 석유컨퍼런스’를 개최하고 국내 주요 정유사, 관련 기관·학계 전문가과 함께 ‘석유산업의 신성장 전략과 친환경 연료의 역할’을 주제로 논의했다. 

친환경 연료는 탄소 중립을 위한 주요국의 정책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거론되면서 정유업계의 새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친환경 연료 사업은 정유사들이 기존 공장을 활용할 수 있어 투자 비용 절감과 효율적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가장 먼저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은 수송 부문 연료 시장이다. 최근 주요 국가들이 항공유에서 바이오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어 시장 규모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시키는 국제항공 탄소감축·상쇄제도(CORSIA)를 2027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친환경 항공유(SAF)는 온실가스 감축의 필수재로 떠올랐다.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이 18일 오후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 석유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이 18일 오후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 석유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국내 정유사들도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SAF 관련 기술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정유사와 비교하면 투자 시기가 다소 늦었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바이오디젤 기업인 필란드 네스테(Neste), 사우디 아람코, 쉐브론, 엑슨모빌 등은 일찍이 SAF 등 바이오 연료 공장 가동에 나선 상황이다. 

김철현 HD현대오일뱅크중앙기술연구원 상무는 “유럽 정유사들은 가장 친환경 연료 관련해서 움직임이 앞 서있다”면서 “메이저 정유사들은 기존 공정 일부를 바이오원료 정제공정으로 전환에 나섰고 관련 설비 투자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연료 산업에서 국가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우선적으로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은 “친환경 연료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인허가 조치 및 초기 시장 형성 유도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기 시장 형성 과정에서는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 지급이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 정유사들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사업 추진이 늦은 데다 주요국들이 SAF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며 경쟁사들이 급성장하고 있어 다양한 정부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지금껏 생산시설도 갖추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한 한국과 달리 각국 정부는 SAF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조금 지급 규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인 SAF를 판매하거나 사용할 경우 감축한 수준에 따라 갤런당 1.25∼1.75달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SAF를 비롯해 전기차·배터리·반도체··그린 스틸 등 5개 전략 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일본판 IRA’를 이번 주 발표한다.

SAF 의무화 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에 대한 제언도 논의됐다. 김 팀장은 “또한 국내 SAF 의무화 제도 추진을 통해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내 원료 공급 기준 수립 및 완화가 필요하며 특히 정체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를 정유 공정 원료로 활용가능하도록 폐기물 관리법 제고 및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부는 조만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대로 제도 정비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이날 행사에서 “친환경 연료에 투자한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방안에 대해 고민할 시기”라면서 “영국과 일본처럼 펀드 구축을 통해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보험 보상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SAF 일정 비율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내 여러 사례들을 종합적 검토해서 우리 기업들이 투자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상의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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