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익만 20조원 이상 추정

애플 로고.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반도체 업황 악화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요 메모리 공급사들이 적자 전환했지만 수요처인 애플은 낸드 용량 차이에 따른 아이폰 가격 정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단 분석이다. 애플이 지난해 낸드 용량에 따라 아이폰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올린 이익은 160억달러(약 20조936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6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이폰 모델별 저장 용량은 64기가바이트(GB)~1테라바이트(TB)로 용량이 커질수록 50~200달러(6만5400원~26만1600원)씩 비싸진다. 아이폰 128GB 가격은 동일 모델의 64GB보다 50달러 높고, 1TB는 512GB보다 200달러 비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분기 낸드 64GB 가격은 대략 4달러(5200원) 수준인데, 추가되는 컨트롤러 등의 비용을 고려해도 애플은 1분기에만 무려 46억달러(6조168억원) 이상의 추가 마진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며 “애플은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 대비 약 80~90%에 달하는 낸드 마진을 거두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낸드 생산업체들의 마진은 –90%에 가까운데, 이를 싸게 사와서 소비자에게 되팔고 있는 애플은 90%의 마진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며 “낸드 업체들의 생산력을 늘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결과적으로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애플, 빅테크 기업들의 배를 부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아이폰 1TB 모델의 마진을 80% 초반, 128·256·512GB의 마진을 80% 중후반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아이폰 제품의 낸드 용량별 이익에 대해 128GB 모델이 9억200만달러(1조1793억원), 256GB 16억4700만달러(2조1534억원), 512GB 14억2600만달러(1조8645억원), 1TB 5억8100만달러(7599억원)라고 분석했다.

반면 낸드 공급사들은 지난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4개사의 1분기 영업손실 합계는 96억달러(12조5568억원)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손실률은 각각 47%와 67%로 추정된다.

이는 반도체 시장 침체로 낸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범용제품인 128Gb 멀티레벨셀(MLC)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은 3.82달러(5000원)로 전년 동월(4.81달러·6290원)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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