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8일 오전 국내 6개 경제단체장과 간담회 진행···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산업 협력 공감대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협력 등···IRA 공동 대응 방안 모색 나설 듯
韓 배터리-日 완성차 '합종연횡' 증가할 전망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협력 의지를 다지면서 경제, 외교, 안보 관련 교류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공급망 재편에 나선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서 한일 연합전선 구축이 가시화될 전망인데 특히 양국 배터리 산업 부문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이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韓·日, IRA 앞 공동대응 움직임 예상
8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국내 6개 경제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선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는 양국은 배터리 산업에서도 협력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올해 1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28.0%로 1위를, 일본 파나소닉이 18.5%로 3위를 기록했다. 2위는 중국 CATL(24.4%)이, 4위와 5위는 SK온과 삼성SDI다.
특히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IRA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핵심 광물 요건으로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추출 및 가공으로 부가가치의 50% 이상을 창출할 것을 요구한다. 최근 일본도 FTA 협정국과 동일한 지위를 얻게 돼 한국과 비슷한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배터리 핵심 광물 상당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 8개 품목의 대중 의존도는 한국이 58.7%, 일본이 41.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급망 구축을 위한 양국 기업 간 협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전기차 전환이 늦은 일본 완성차업계의 경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선 제조기술이 뛰어난 국내 배터리업계의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일본 주요 배터리 업체는 파나소닉 한 곳”이라며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선 원활한 배터리 공급이 필수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을 배제해서는 앞날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또한 일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부문 기초 체력이 튼튼한 일본 기업과 협력이 기대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이 (소부장 부분에서) 종주국이기도 하고 공급망 구축 노하우가 있다”며 “아직 분리막이라던가 일본 쪽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양국 간 협력도 많이 되고 있어서 단독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협력하는 쪽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국 간 ‘상부상조’는 중국 ‘배터리 굴기’에 맞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배터리셀 제조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있다”면서 “현재는 현대차가 파나소닉 배터리를 쓰지 않지만 향후 가급적이면 중국 업체보다는 한·일 양국 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일 ‘배터리 합종연횡’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와 미국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 건설에 나섰다. 오는 2024년 말 완공과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한다. 닛산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리야’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이스즈·도요타 등이 합작 및 공급계약에 대한 논의를 앞둔 것으로 관측돼 양국 간 합종연횡 전략이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