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재고평가손실 약 1조원···하반기부터 시황 회복
“올해 DDR5· 매출, 전년 대비 600% 성장”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으로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해소돼 연내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오는 2분기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수요 부진 속에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고부가 제품은 증가세인 만큼 올해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개최하고 지난 1분기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성장률)가 전 분기보다 각각 20%, 10% 중반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평균판매가격(ASP)도 D램은 전 분기 대비 10% 후반, 낸드는 10% 떨어졌다. 감산 조치에도 전 분기 대비 재고가 증가하면서 회사는 약 1조원 수준의 재고평가손실을 냈다. 전 분기(6000억~7000억원)보다 재고평가손실 규모가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응용처별 메모리 시황에 대해 연초 전망치 대비 성장률이 둔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요 약세와 소비 위축으로 PC, 스마트폰, 서버 등 출하량이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부사장)은 “가격 하락에 따른 메모리 채용량 증가와 일부 고객의 재고 소진 등으로 올해는 지난해 전망보다 조금 더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경기 불확실성 지속과 소비심리 둔화로 현재 예상은 연초보다 낮아졌다”며 “D램은 한 자릿수 중후반, 낸드는 10% 중후반 정도의 수요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완제품 출하량 재고가 1분기에 정점을 찍고 감소해 2분기에는 주요 업체들이 하반기 수요 개선 대응 차원에서 반도체 주문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분기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가 전 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해 1분기 감소분을 초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가 최근 감산을 공식화해 모든 메모리업체들이 공급 조절에 돌입한 만큼 3분기부터는 수급 개선으로 시황이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감산 발표 이후 거래선으로부터 공급 안정성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하반기 수요 회복 강도에 따라 업사이드(상승 여력)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D램은 서버용 DDR5와 모바일용 LPDDR5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낸드는 176단 기반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멀티칩 패키지(uMCP) 제품 판매 확대를 계획 중이다. 2분기는 전 분기 대비 의미 있는 매출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할 방침이지만, 고용량·고성능 제품 생산을 위한 자금 집행은 이어간다. ‘챗GPT’ 등 챗봇 서비스 확산 영향으로 AI 서버 출하량과 관련 메모리 증가율은 향후 5년간 최대 40% 이상 늘어나고, D램과 낸드는 금액 기준으로 30% 이상 성장을 예상했다.
박 부사장은 “DDR5 128기가바이트(GB)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HBM은 50% 이상 성장을 예상한다. 수주도 대부분 끝났다고 판단한다”며 “이 부분은 내년에도 동일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DDR5는 128GB 서버 모듈 이외에도 중장기적으로 32Gb 기반의 128GB, 256GB까지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며 “HBM의 경우 5.620Gbps(초당 기가비트)에 더해 8Gbps의 HBM3E까지 샘플을 공급하고 양산 준비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HBM을 수주형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정적 고객과 공급업체라는 시장 특성을 활용해 해당 제품에 한해서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가격 및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이익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