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그룹내 첫 여성 사장 및 CEO 발탁
신동빈 롯데 회장, ‘여성 인재’ 강조···여성 CEO 또 등장할지 주목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사진=삼성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 사진=삼성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올해 재계 임원인사의 특징은 여성 임원의 중용이다. 대기업집단은 예전부터 조직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성별과 연령 등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는 성과주의 원칙을 인사에 적용해왔다. 수년째 이어진 이 인사 기조에 젊은 총수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재편되면서 여성 리더들이 대거 중용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형성됐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서치의 올해 상반기 ‘2022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여성 임원은 403명(5.6%)이다. 지난해 322명 대비 1년 만에 81명 늘었다. 여성임원 비율도 ▲2019년 3.5% ▲2020년 4.1% ▲2021년 4.8%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에는 임원 숫자 증가에 더해 주요 기업에서 여성 고위임원이 연이어 등장했다. 포문은 LG그룹이 열었다. LG는 최근 여성 CEO(최고경영자)를 2명 선임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과 박애리 지투알 부사장이 주인공들이다.

이정애 사장은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어온 차석용 전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 사장은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 2009년 생활용품사업부 마케팅 상무, 2011년 생활용품 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부사장으로 2015년 승진한 후에는 럭셔리 화장품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광고 계열사 지투알에는 박애리 부사장이 선임됐다. 박 부사장은 대우자동차판매를 거쳐 2005년 LG애드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국내외 광고주의 성공 캠페인을 이끌어온 마케팅 전문가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요구되는 데이터 기반의 통합 마케팅 실행에 높은 역량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왼쪽)과 박애리 지투알 부사장. /사진=LG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왼쪽)과 박애리 지투알 부사장. / 사진=LG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에선 오너가 출신이 아닌 첫 여성 사장이 등장했다. 갤럭시 시리즈의 마케팅 성공과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한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이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역량과 성과가 뚜렷한 이영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여성 임원 및 대표·사장들의 등장에는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총수들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임원 승진 대상자 등을 입사연도나 연령 등의 ‘스펙’이 아닌 능력과 성과를 평가 잣대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뛰어난 젊은 자원뿐만 아니라, 여성 인재들도 중용되고 있다.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2018년 취임한 후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해왔다. 취임 당수 29명이던 그룹 여성 임원은 올해 64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주요 기업 중 상대적으로 보수적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분류되는 현대차와 롯데 역시 여성 인재를 적극 발탁하는 현재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은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며, 이들이 인정받는 업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혀왔다. 

신 회장은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인재 육성 및 양성평등 문화 구축에 노력해왔다. 여성 리더십 포럼 개최나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방지 교육 프로그램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롯데지주가 출범할 당시에는 ‘여성 임원 60명 발탁’을 공언하기도 했다.

롯데는 2018년 인사에서 5대 그룹 중 처음으로 비(非)오너가 출신의 첫 여성 CEO를 배출한 바 있다. 아울러 2012년 3명뿐이던 그룹내 여성임원이 현재 35명 수준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올해 인사를 통해 40명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시장의 관심은 사장단급에서 또다시 여성 CEO가 나올지에 집중된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과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 주요 임원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이 중 공석이 될 자리를 여성 임원이 채울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 임원 확대 기조가 각 기업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여성 인재가 속속 주요 기업에 영입되면서 앞으로도 여성 CEO나 사장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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