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경가법 횡령·배임 등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1심은 징역 10년 중형
모든 범죄사실 놓고 검찰-변호인 공방···재판부, 1심 판결 의문 지점 석명 요청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 등 수천억에 달하는 횡령·배임 범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박 전 회장 측은 금호산업 주식 인수와 관련된 3300억원 횡령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며,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에 따른 3100억원 배임 혐의는 저가 매각이 아니어서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했다.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그룹 재건 과정에서 일어난 정당한 경영권 행사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 이의영 배상원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박 전 회장과 금호건설 등의 특정경제범죄법위반(횡령)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양측의 항소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1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전체에 유죄를 선고해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회장 측은 범죄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먼저 금호기업의 명의로 금호그룹 계열회사 자금 3300억원을 횡령한 혐의(금호산업 주식인수 관련 횡령)와 관련해 변호인은 “자금의 사용 목적만을 이유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 안 된다”며 “피고인은 적절한 이자를 책정하고 담보를 제공하는 등 유효한 약정을 체결했고, 실제로 해당 금액을 모두 변제했기 때문에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범죄사실이 배임이 될지언정 횡령으로 의율할 것은 아니다”며 “원심은 횡령의 불법영득의사와 관련한 법리오인과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5900억원에 달하는 금호터미널 주식을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저가 매각해 3100억원의 배임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 관련 배임)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범죄사실의 전제는 금호터미널의 주식 가치가 5900억원이라는 국세청의 평가와 회계법인들의 2700억원 평가가 적정한지 여부”라며 “금호터미널 주식은 2011~2012년 산업은행 관여 아래 여러 외부평가를 거쳐 2500억원 수준으로 공정하게 평가되었고, (주식 거래가 이뤄진 2016년 4월) 매각가격은 2700억원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부분에서 법리오해와 판례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스위스 게이트그룹이 부실기업이었던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 어치를 무이자 인수하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에 1333억원에 저가매각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기내식 계약은 양도가 아니라 새로운 합작투자법인을 설립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 내부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졌다”며 “원심은 피고인들의 임무위배 등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지만, 이는 사실오인이고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변호인은 금호산업 주식 인수대금 3300억원과 관련해 횡령이 아닌 배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박이 필요해 보인다”며 “검찰은 어떤 관점에서 배임이 아닌 횡령으로 보았는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는 기준으로 어떤 요소를 검토한 것인지 의견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또 “금호터미널 저가매각 부분은 주식의 과대평가 여부가 쟁점이 된다”며 “2011년 25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주식 가격이 5년 만에 59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변경된 배경은 무엇인지, 검찰이 2011년 선행 평가금액이 부적정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했다.
기내식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사실과 1심이 인정한 범위가 상이하다. 변호인도 방어권 보장문제를 언급하고 있고 재판부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공소사실과 1심의 사실인정 차이부분에 대한 검사의 입장정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고 석명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12월16일 한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겠다며 그때까지 쌍방의 입장을 정리한 서면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이후 쟁점이 정리되면 추가입증계획과 증거채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정리했다.
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3300억원 횡령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 ▲기내식 사업권 저가 양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1심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련의 범행이 금호그룹을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강변하나, 그 행위의 본질은 일부 계열회사들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피고인 개인의 금호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겠다는 사익 추구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