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사-디지털치료제 기업, 전략적 협업 확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디지털치료제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디지털헬스케어를 활용한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치료제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한독,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에 이어 동화약품도 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과 헬스케어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점진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16억7000만달러(2조2187억원)에서 2025년 89억4000만달러(11조8776억원)로 연평균 약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치료제는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약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다. 소프트웨어 형태의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과 근거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별 디지털치료제 개발 투자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제약사별 디지털치료제 개발 투자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 한독·한미·동화 등, 디지털치료제 전략적 투자 확대

지난해 3월 한독은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위해 ‘웰트’에 3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양사는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공동개발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독은 웰트가 개발하고 있거나 개발 예정인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국내 공동개발 및 사업화에 대한 우선 검토권을 갖는다. 또 국내 시장의 독점적 판매 권한도 확보하게 됐다. 웰트는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필로우 Rx’ 확증 임상을 종료하고 허가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한독 관계자는 “웰트와 함께 디지털치료제 연구,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바이오신약,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디지털치료제로 R&D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관련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센서를 이용해 뇌전증 발작을 감지·예측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5월 미국 디지털치료제 기업 ‘칼라헬스’에 투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 KT와 함께 디지털치료제 기업 ‘디지털팜’에 합작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첫 사업으로 알코올, 니코틴 등 중독 관련 DTx(디지털 치료기기) 연구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디지털팜에 19억원을 투자해 지분 19%를 취득했다.

동화약품도 이달 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HAI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로 동화약품은 하이의 주력 제품인 범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Anzeilax)’ 및 개발 중인 디지털치료제 국내 판매권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됐다.

하이는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제 엥자이렉스의 확증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치매 진단과 치료를 위한 알츠가드(Alzguard), ADHD 아동들을 위한 뽀미 (Forme)등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이는 식약처로부터 엥자이렉스에 대한 확증임상 허가를 받았다. 본격적인 임상 개시는 내달부터 시작된다. 내년 임상 완료와 디지털치료제 인허가 신청을 계획 중이다.

◇ “성장 가능성 높아도 사업성 장담 어려워”

전통 제약사들이 디지털치료제 개발 업체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기술력 습득’이 꼽힌다.

제약사 대다수는 화학합성의약품 위주의 신약 개발엔 전문성을 지녔으나,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치료제 파이프라인은 갖고 있지 않다. 디지털치료제를 직접 개발하기보단, 전략적 투자를 통해 신사업 진출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지만 개발 역사는 짧다. 아직 국내에서 상용화된 디지털치료제가 없는 만큼 사업성을 명확히 증명하긴 어렵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에 지분 투자해 기술을 습득해오면 향후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직접 뛰어들 때 R&D 비용을 줄이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 입장에선 전통 제약사들의 병·의원 영업망과 마케팅, 사업역량이 상업화 성공 여부에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전문의의 진료와 처방 없인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상용화 이후엔 병·의원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영업이 진행된다. 보수적인 의료계 영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수십년간 축적된 제약사들의 사업 노하우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신생 헬스케어 업체가 자체적인 역량으로 보수적인 상급의료기관 영업망을 뚫긴 쉽지 않다”며 “전통 제약사의 사업개발, 마케팅, 영업, 인허가 역량을 활용하면 의료기관 내 디지털치료기기 처방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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