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민 엔리얼코리아 지사장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국내 증강현실(AR) 글래스 보급률을 높이고, 우리나라 앱이 해외에서도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세계 AR 시장을 주도하는 시장이 되게 하고자 한다.”

여정민 엔리얼코리아 지사장은 31일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IT업계는 한국을 일본, 미국, 영국, 중국 등과 함께 세계 주요 시장으로 분류할 정도로 국내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엔리얼코리아 여정민 지사장. / 사진=김지윤 PD
엔리얼코리아 여정민 지사장. / 사진=김지윤 PD

엔리얼은 중국 스마트 글래스 스타트업으로, 중국 알리바바와 한국 젠틀몬스터의 모회사인 아이아이컴바인드 등에서 총 2억6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202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엔리얼은 지난달 AR 글래스 신제품 ‘엔리얼 에어’를 국내 출시했다. 전작 대비 가벼워진 무게, 개선된 디자인, 낮은 가격 등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해 AR 글래스 대중화에 나서겠단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음은 여 지사장과의 일문일답.

-신제품 엔리얼에어의 특징은 무엇인가

앞서 엔리얼 라이트를 출시한 후 시장 조사를 여러 번 거쳤다. 엔리얼 라이트 이용자 중 70~80%가 콘텐츠 감상에 주로 사용한단 것을 파악하게 됐다. 이에 엔리얼 라이트에서 AR 전문 센서, 카메라 등 기능을 빼고 콘텐츠 소비에 적합하게 개발한 제품이다. 엔리얼 라이트와 비교해 시야각이 좁아지긴 했지만 색감, 밝기, 화소 등 전체적인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 엔리얼 에어는 유선 테더링 방식을 채택했고, 안드로이드 단말에서만 지원된단 점에서 보급 확대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선 테더링이 적용된 이유는 배터리, AP 칩 등 프로세싱 작업을 휴대폰으로했다. 무선 테더링 방식이 적용될 경우 데이터와 처리 기능이 글래스로 이동해 작동시간이 늘고, 발열이 심해지는 등 한계가 있다. 글래스를 통해 모든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고, 컴퓨팅 프로세스는 휴대폰으로 처리한 덕분에 가벼운 무게 구현이 가능해졌다. 배터리 용량, 발열 문제 등 기술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유선 테더링 방식이 최적화된 테더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애플 제품에 대한 호환을 위해 엔리얼 아바타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바타를 통해 좀 더 개선된 미러링 기능으로 아이폰과 연동이 가능해진다. 아이폰 화면을 끈 상황에서도 글래스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AR 글래스로 유튜브를 보고 아이폰으로 다른 메뉴를 이용하는 등 기능이 추가된다. 아이폰 사용자들도 엔리얼 아바타를 구매하면 AR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용 앱인 네뷸라에서 넷플릭스, 웨이브 등 이용이 불가능하다

국내 사용자들이 많아지면 관련 앱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 항상 협업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엔리얼이 채택하고 있는 버드배스 기술의 특징. / 사진=김지윤 PD
엔리얼이 채택하고 있는 버드배스 기술의 특징. / 사진=김지윤 PD

-AR 글래스 시장에서 대세가 될만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은

현재 소니의 마이크로 OLED를 쓰고 있다. FHD급이며 소니 제품 중 최고급 사양으로, 이정도 밀도와 밝기를 가진 OLED는 소니가 유일하다. 조금 더 개선된 제품이 나오면 적용할 예정이다. AR 글래스 업계엔 ‘버드배스’와 ‘웨이브가이드’ 등 두가지 기술 흐름이 있다. 웨이브가이드는 현재 홀로렌즈 등이 사용하는 광학모듈이다. 웨이브가이드는 기술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경량화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어두운 기술적 한계가 있다.

엔리얼은 버드배스를 채택했다. 버드배스는 양산화가 불가능하단 단점이 있었지만, 자동화를 통해 극복했다. 버드배스를 쓰게 되면 조금 더 영상 품질이 높아지고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양산화가 힘들단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술 집약도를 높여 자동화를 이뤄냈다. 현재 전량 자동생산하고 있다.

-국내 B2C AR 시장에 대한 성숙도 또는 전망은

국내는 초기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엔리얼 제품을 제외하고 소비자용 AR 글래스는 판매되지 않는다. 작년에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AR, VR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은 많아졌지만,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엔리얼은 모든 소비자들이 AR을 경험하고 콘텐츠에 대한 요구를 하게 되면 국내 개발사들이 그에 맞는 앱을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이 가속화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앱이 많아지면 시장은 자연스레 확대될 것이다.

-AR 기기 대중화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인은

보급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AR이란 기술을 접해야만 수요가 창출되고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콘텐츠 개발사들과 미팅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국내 보급률이다.

홀로렌즈 등 제품들은 기업용인데 엔리얼 제품과 비교해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가량 가격이 비싸다. 스마트 글래스 제품 대부분도 엔리얼에어보다 가격이 높다. 제품 출시 시장 조사를 많이 했다. 비용은 판매가보다 높지만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장 원했던 가격을 책정하게 됐다.

-보급률 확대 관점에서 LG유플러스를 통한 판매 중단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에 직접 판매를 하게 된 이유는 엔리얼에어가 전작과 달리 소비자 지향성을 높인 제품이다 보니, 직판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체험해보고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하거나 앱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려고 한다.

-애플 등 대형 기업들이 AR 시장에 들어오면 보급이 확대될 것 같다. 이들의 시장 진출이 엔리얼에겐 호재인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들어오면 그만큼 주목도가 높아지게 되고, 개발사들의 (앱) 개발도 확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앱이 나오게 돼 자연스레 시장이 확장될 수 있다. 시장이 커지면 기술의 발전이 빨라지고, 보급률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 가운데 생존을 위해 대기업보다 디자인, 사용감, 기능성 등을 강화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소개 및 향후 협업 계획을 소개한다면

국내서 연구소, 대학, 기업들과 많은 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사내 교육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관광과 관련한 앱을 개발했다. 스마트관광분야, 교육, 물류관리, 기계점검 등 분야에도 AR 글래스가 많이 활용된다. 의료분야는 AR 글래스가 가볍고 착용이 쉬워 VR 대신 많이 사용한다. 원격의료, 의료교육, 수술 등 과정에 대한 사전점검에서도 AR 활용이 늘고 있다. 기업 및 연구소에서 기술 협업 문의를 받는다.

-유니티 개발자 키트(SDK)를 제외한 다른 개발키트도 지원할 의향이 있는지

개발자용 SDK를 무상 배포하고 있다. 개발 후 최종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이 어렵다. 그 과정을 최대한 간단하고 유니티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SDK를 만들었다. SDK를 사용하면 다른 AR, VR 장비를 대상으로 만든 앱을 AR 글래스 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좀 더 많은 개발자들이 AR 글래스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다. SDK만으로도 AR 글래스에 관련한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AR 글래스 시장 확대를 위해 기업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제 개선 방향은

중복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중앙에서 AR 기술 방향성이나 개발사 현황을 파악한 뒤, 최적화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면 한다. AR 기술 개발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별 프로젝트를 서로 파악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 엔리얼의 목표는

한국 시장의 AR 글래스 보급률을 높이고, 한국 시장에서 개발된 앱이 해외에서도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세계 AR 시장을 주도하는 시장이 되게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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