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콘텐츠화' 추구하는 대중···현실과 미디어 공간에서의 모습 간 괴리감 경험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어느 날 평범한 삶을 살던 사촌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팔로워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적당한) 인플루언서가 돼있었다. 사촌은 당시 대학교에 갓 입학한 스무살이었고, 일상적으로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팔로워수가 늘었다.

바디 프로필은 연예인이나 혹은 트레이너들이 직업 특성상 촬영해야만 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나는 일반 사람들이 하나둘 바디 프로필을 찍는 걸 소셜 미디어에서 종종 목도하기 시작했다.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를 전체공개로 포스팅하는 것을 보면서 이 또한 하나의 문화적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촌은 여전히 분기별로 바디 프로필을 찍고, 그것을 전체 공개로 공개하며 소셜 미디어 계정을 운영 중이다.

원한다면 이제 대중들도 셀러브리티들이 했을 법한 자기-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유튜브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인스타그램엔 자신이 방문한 카페나 집안의 인테리어, 그리고 스튜디오 등에서 촬영한 자신의 프로필을 포스팅한다. 자신이 입은 옷을 해시태그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사적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콘텐츠화하는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로 자본을 증식하는 플랫폼이 가진 생리를 통해 굳어진 하나의 문화적 관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미디어를 통한 재현 대상으로 놓을 수 있는 환경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기-대상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줌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소수인 반면, 미디어를 통해 비친 자신의 모습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무엇보다 학생들 중 소셜 미디어 계정이 하나인 사람은 드물었다. 비공개 계정과 공개 계정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 세대는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자신의 모습에 익숙하다. 이는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 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인가를 이 주체들이 알고 있단 것을 의미한다.

일상이 콘텐츠화된다는 것은 매번 자신의 일상을 무대에 올리는 것과 같다. 자신의 신체를 미디어로 재현하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조각하고 덧붙이는 작업들은 마치 자기 자신을 최애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미디어로 주조된 자신의 삶이 끊임없이 실제의 삶과 멀어질 때, 자신뿐만 아니라 이런 일상을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들 또한 괴리감을 느끼고 다양한 감정의 양상을 경험하게 된다. 콘텐츠가 되는 삶 혹은 주목을 받는 삶은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모든 일상이 콘텐츠가 되는 지금, 어쩌면 원래의 일상이란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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