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이커머스 치열한 경쟁 속 상장 통한 제 2 도약 노려
예상 기업 가치 조단위, 실제 상장 과정서 인정 받을 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이 연초부터 달궈지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자인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의 IPO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IPO 성적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투자자금 확보와 관련이 깊은 데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와 기대가 드러나는 부분인 까닭이다. 이들 이커머스 기업 세 곳 모두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만큼 IPO 시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 IPO로 전쟁터 옮긴 SSG닷컴·컬리·오아시스
25일 IB(투자은행)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컬리·오아시스가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혁신 이커머스 플랫폼을 내세우고 있는 기업들로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사들이 연이어 상장을 공표한 데다 국내 증시에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상장에 시장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IPO 성적은 이들에 매우 중요할 전망이다.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해당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출혈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IPO를 통한 실탄 마련은 이들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 1위인 네이버조차 점유율이 20%를 넘어서지 않을 정도로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이다.
IPO 과정에서 각 회사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적나라하게 비교된다는 점도 희비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 기업은 기업 가치 평가에서부터 흥행 여부, 상장 후 주가 흐름까지 투자자들의 평가와 기대가 투영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세 회사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성장성과 인지도 측면에서 우위가 갈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특히 상장 주관사들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IPO들로 평가된다. SSG닷컴은 상장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를 선정한 상태다. 특이하게도 컬리와 오아시스는 상장 주관사가 일부 겹치는데, 컬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오아시스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택했다.
◇ SSG닷컴, 최대 10조 가치 평가 받을 수 있을까
SSG닷컴이 나머지 두 곳과 차별된 부분은 종합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점이다. SGG닷컴은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명품·패션·잡화·가전 등 비식품도 판매한다. 이는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되는데, 지난해 7월부터는 화장품 새벽배송을 시작하는 등 실제 비식품 부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지난해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고 오픈마켓을 도입하면서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다른 이커머스 계열사와의 시너지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SSG닷컴의 최대주주(50.8%)인 이마트는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로써 이마트는 네이버, 쿠팡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면서 이커머스 계열사 간 시너지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의 기업가치를 8조~1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4조8000억~5조원으로 추정되는 연간거래액(GMV)에 경쟁사인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 2배 내외를 적용해 나온 결과로 이는 모기업인 이마트 시가 총액 3조8600억원과 2대 주주인 신세계(26.84%)의 시가 총액 2조36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다만 SSG닷컴이 비식품 분야를 키우고 계열사와 시너지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아직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적자구조로 수익성 개선 여부가 과제가 되고 있다. 또 주요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쿠팡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 컬리, 새벽배송 개척자로서 시장 지배력 주목
컬리는 마켓컬리의 운영사로 샛별배송을 통해 새벽배송의 시작을 알린 혁신 기업으로 꼽힌다. 마켓컬리는 2015년 5월 새벽배송을 시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오아시스마켓은 2018년 새벽 배송 시장에 진출했고 SSG닷컴은 지난 2019년 6월에서야 새벽 배송 시장에 진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마켓컬리가 개척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가 40%가 넘는 식품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오아시스마켓과 SSG닷컴이 각각 15%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마켓컬리는 지난해 수도권에서 부산과 울산 등지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거래 규모를 키우고 있는 상태다.
컬리의 예상 기업가치는 최대 5조~7조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새벽배송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마켓컬리 IPO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된 것이다. 실제 2015년 10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 규모는 2019년 8000억원, 2020년 2조5000억원대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20%를 크게 웃돈다. 이미 컬리는 지난달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다만 컬리의 경우 최근 다양한 악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분류된다. 마켓컬리가 특정 일용직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동부가 마켓컬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이슈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매출이 일정 비율 늘어난 납품업체 대상으로 판매장려금을 걷기로 해 논란을 겪었다.
여기에 창업주인 김슬아 대표의 지배력 약화 우려도 리스크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김 대표의 컬리 지분율은 6.67%에 불과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추가 투자를 유치한 것을 감안하면 현 지분율은 이 보다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에 노출 돼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 된다. 또 이는 지분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상장 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 될 수도 있다.
◇ 오아시스, 적극적 사업 확장과 업계 유일 흑자 강점
이커머스 시장의 조용한 강자로 평가되는 오아시스는 최근 상장을 앞두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우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를 옮겨가는 일반적인 유통기업과는 달리 오아시스마켓은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새벽 배송을 하고 남은 재고를 오프라인에서 저렴하게 팔아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최근 유통업계 화두인 퀵커머스(주문 즉시 배송)를 위한 거점 마련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오아시스마켓은 자체적인 채널을 통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새벽배송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2601억원, 42억6000만원, 21억원을 기록했다. 출혈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그만큼 수익성 관리를 잘해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10월 5번째 외부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 1조100억원을 인정받았다. 최근 사업 확장과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어 상장 시 몸값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SG닷컴과 컬리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약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