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추경 통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수 1만4506대로 늘렸으나 바닥 보여
GV60·볼트EUV 연말 출시해도 보조금 받지 못할 가능성 높아
내년 출고시 보조금 감소 및 신차효과 빛 바랠 수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제네시스 GV60과 한국GM 볼트EUV 출시 일정이 미뤄지면서 연말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GV60과 볼트EUV가 연말 출시되더라도 올해는 보조금 없이 팔아야 할 상황이다.
13일 서울시 기후변화대응과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 잔여대수는 1000대가량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보조금 지원대수를 기존 5367대에서 9139대를 더한 1만4506대로 늘렸다. 당초 올해까지 공급하기로 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대수 보다 약 3배 늘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테슬라 모델3·모델Y 판매가 증가하면서 보조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흥행돌풍이 계속되고 있어 빠르면 이달 안에 보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닉5는 출시 이후 매달 3000대가량 판매를 유지하고 있으며, EV6도 지난 8월 1910대, 9월 2654대를 기록하며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올해 보조금 접수가 끝난 곳도 상당수다. 부산, 대구, 인천 등은 이미 접수대수가 지원대수를 넘어섰으며 출고 잔여대수가 0대인 곳도 울산, 경기 성남·용인·과천·하남 등을 비롯해 다수다.
올해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경우 GV60과 볼트EUV는 초반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이 수 백만원에 달해 보조금에 따라 성적이 갈린다.
GV60의 경우 6000만원 이하인 스탠다드 후륜 모델은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국고보조금 800만원에 서울시 보조금 200만원을 포함해 1000만원 보조금이 가능하다. 국고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모두 최대치다. 볼트EUV는 국고보조금 760만원에 서울시 보조금 190만원 등 총 9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이 빠지게 된다면 그만큼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져,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보조금 소진 전에 차량을 출고해야 하는 상황이나 아직까지 두 차량 모두 구체적인 출시일을 확정하지 못했다. GV60은 지난 6일부터 국내 계약을 시작했으나, 출시일은 정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11월은 돼야 고객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볼트EUV는 당초 지난 달 출시를 계획했으나,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리콜 사태로 판매가 중단된 이후 여태 출시일을 정하지 못했다.
신규 모델 출시 직후에는 신차효과가 중요한데,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하지 못하면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 또 내년에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다, 국내외 신형 전기차 출시도 예고된 상태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GV60 보조금에 대해 조급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상 올해 보조금 지급이 끝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앞당기기 보다는 내년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 당장 GV60을 출시하더라도 올해 보조금 혜택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보조금이 지원되는 만큼, 고객들에게 최상의 품질의 차량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GV60 출시를 일부러 미루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기차 보조금 여유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GV60 출시를 앞당길 경우 오히려 아이오닉5와 EV6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GV60 출시가 빨랐다면 아이오닉5와 EV6 예약 고객 중 상당수가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차 입장에선 차량 간 판매 간섭이 일어나느니 차라리 출시를 미뤄 상황을 조율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