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양사 기업결합 관련 연구용역기간 10월 말로 연장
대한항공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 50% 미만으로 독점 우려 낮아”
업계, 양사 통합 후 50% 이상 점유율 노선 32곳···미주 점유율 90% 육박
공정위 “심사 기준은 노선···독점 우려 노선 많은 것 사실이나 해외 경쟁당국과 논의 중”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인한 독과점 기준을 항공 노선으로 둘지, 공항 슬롯으로 둘지 의견이 분분하다. 심사 기준에 따라 독과점 여부가 갈리는 만큼, 정확한 기준 선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관련 경제분석 연구 용역 계약기간을 이달 초에서 10월 말로 연장했다. 공정위는 독점에 따른 항공운임 인상 문제에 대해 고심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은 국내 1~2위 항공사 합병인 탓에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주,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은 양사 점유율이 절대적이라 독점에 따른 운임 인상 등 피해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인위적 항공운임 인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3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글로벌 항공시장은 완전 경쟁 시장으로 특정항공사가 초과이윤을 누릴 경우 다른 항공사들이 진입해 공급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독점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 주장은 양사가 통합하더라도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은 40% 수준에 불과해 외국항공사들이 진입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남는 슬롯에 외항사들이 들어올 경우 경쟁체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은 대한항공 24%, 아시아나 16% 등 총 40%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9%)를 더해도 49% 수준이다. 해외 주요 허브 공항의 경우 애틀랜타(델타항공 79%), 댈러스(아메리칸항공 85%), 프랑크푸르트(루프트한자 67%) 등 자국내 주요 항공사들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공운임의 경우 정부로부터 인가 받은 가격 이하로만 팔 수 있어, 항공권 가격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독점을 우려하는 쪽은 슬롯 점유율은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인천공항 슬롯이 여유가 있더라도 외항사들이 취항하기 위해서는 상대 공항 슬롯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외항사 입장에선 한국 노선이 고려대상할 만 한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여행객들도 거리상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는 비중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외항사의 추가 유입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슬롯 점유율이 독과점에 문제가 된다면 해외 항공사들의 높은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을 경쟁당국이 그대로 놔뒀을 리 없다”며 “슬롯보다는 노선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143개 국제선 중 양사 통합으로 인해 점유율이 50%를 넘는 노선은 32개(22.4%)로 파악됐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바르셀로나, 시드니, 시카고 등 노선은 양사 점유율이 100%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미주 노선 점유율은 대한항공 51%, 아시아나 24%으로 75%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11%)까지 더하면 86%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항공권 가격 인상 관련 요금 상한선 제도는 효력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항공권 가격의 경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특정 노선 가격을 공시하고 있지만, 실 판매 가격대비 상한선이 월등히 높아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일각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통합을 승인해주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합병 건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 합병 당시 공정위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기대하기 힘들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아가 회생 불가능한 상태이며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거론하며 최종 인수를 승인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 국내 장악력은 계속 올라갔으며, 지난해 현대차그룹 내수 판매는 134만여대로 국내 완성차 전체 판매(160만여대)의 83%를 차지했다. 수입차(27만여대)까지 포함해도 현대차그룹 점유율은 71%를 넘는다.
이에 공정위 내부에서도 업계 1~2위 기업 합병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컸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에서도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항공사 통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기준은 노선을 두고 보고 있다”며 “양사 통합으로 인해 독점이 우려되는 노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며, 해외 경쟁당국들과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