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화웨이 위축...인도서 반중 정서 확산
삼성, 인도 시장서 반사이익 기대...ODM 전략엔 변수될 듯
올 들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차이나 리스크'가 변수로 자리잡았다. 인도 시장에서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및 생산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단기적으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위축되된 점은 삼성전자에게 기회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중국 업계와의 외주 생산을 통한 공급을 확대하기엔 변수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인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1563만대로, 전년 동기 13%, 전월 대비 1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시장이 올초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완연한 시장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8월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4%포인트 성장한 26%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1위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인도 시장에서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1~1.2%포인트가량 쪼그라들었다. 3사를 비롯한 중국 업계는 그간 70%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왔으나 최근 3개월 간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중 정서가 지속 확산된 영향으로 분석한다. 지난 6월 인도에서 발생한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중국산 제품 불매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 금지 사태로 번졌기 때문이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3개월간 중국과 인도의 갈등 심화 영향으로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변화가 심했던 지난 3개월과 달리 지난 8월엔 큰 시장 점유율 변화는 없어 중국과 인도의 갈등 이후 제조사별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게 인도는 잠재적 수요가 대거 포진한 대규모 스마트폰 시장이다. 아직까지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신규 수요를 끌어올릴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온라인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는 등 마케팅 전략에 공들이고 있다. 올 들어 100달러대 수준의 갤럭시M 시리즈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 보급형 갤럭시F 시리즈 등 전용 모델을 새롭게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GSM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 출시하는 갤럭시F41은 기존 갤럭시M31의 사양과 유사한 모델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인도의 반중 물결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전략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M 시리즈와 같은 저가형 모델을 윙텍과 화친 등 중국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해 양산한다. 100달러대 초저가형 스마트폰의 경우 외주 생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인도 시장에서 반중 정서가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도 중국산 외주 생산 비중을 대거 확대하기엔 변수가 생겨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주 생산와 협업하는 것에서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완제품이든 부품이든 중국 기업이 생산한다는 점이 이슈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왔었다”면서 “중국 업계와의 협업은 계속 되겠지만 인도에서 반중 정서가 지속되는 점은 중국산 외주생산 물량을 급격히 키우기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중국 업계와 올해 약 2500만~2700만대 수준을 ODM 방식으로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전체 스마트폰 생산 물량인 2억5000만~2억7000만대의 10% 수준을 ODM으로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간 ODM 물량 3000만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에게 초저가형 제품은 중국 ODM 생산이 이득이다. 부품 조달이나 조립과 같은 비수익 부문을 외주로 돌려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내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전략에 대해 주목한다. 삼성전자가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1000만대 수준으로 확대해 올해 부진을 만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이를 위해 ODM 물량 비중을 급격히 확대하기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중국과 인도의 갈등과 같은 대외 변수가 예년보다 많아진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내년도 스마트폰 사업 판매 및 생산 전략을 두고 대외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분석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황에 따라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어 예단하기 어려우며, 올 들어 일부 스마트폰 모델은 중국 업계가 아닌 국내 협력사들이 대신 양산하기로 계획이 선회하기도 했다”면서 "내년 스마트폰 ODM 물량 비중이 급격히 늘기엔 복합적인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