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본 교섭 통해 대형 사업부 등 인력 전환배치 계획 논의
노조 “경영진이 직접 교섭 테이블 나와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연말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중단을 앞두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 단체교섭에 나선다. 대형사업부를 중심으로 고용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사 양측이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앞두고 일자리 해법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이번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오는 26일 본 교섭을 시작한다. 노사는 교섭에서 대형 LCD 생산 중단에 따른 인력 운용 방침에 대한 논의를 본격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대형 LCD 사업 중단과 관련된 상세 로드맵을 공유해줄 것을 회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18일까지 회사 측에 LCD 사업 중단과 관련된 상세 로드맵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만 4차례 보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온 상태”라며 “본 교섭을 통해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연말까지 LCD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 이같은 계획을 임직원과 협력사에 공유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형 LCD 사업 부문 인력을 QD사업부나 중소형 사업부 등에 전환 배치할 계획이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측이 아직까지 뚜렷한 전환 배치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탓에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고용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노조는 생산 중단 라인부터 인력 재배치 및 희망퇴직, 구조조정 인원 규모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줄 것으로 요구해왔으나 회사 측이 두달 가까이 답변을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 LCD 인력은 공장가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타 분야로 전환배치한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면서 "희망퇴직 제도는 희망자에 한해 상시 운영되고 있지만 연말까지 고객 물량을 생산해야 하는 만큼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교섭은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첫 단체교섭이 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2월 출범 이후 3월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설립된 지 한 달여만에 노조 가입자는 수천 명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말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임직원 수는 2만3000여명 수준이다. 이전까지 삼성디스플레이 여타 삼성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노사협의회를 구성해 경영진이 직접 참여한 상태에서 임금과 복지 수준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교섭을 외부 노무법인에 위임해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 경영진이 직접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선 이번 교섭에 노무담당 직원과 노무법인 측만 참여하기로 돼 있는데 교섭 테이블엔 경영진과 같은 실제 결정권자가 참석해야 한다고 본다”며 “본 교섭을 진행한 뒤 결과를 보고 추후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11월 사장 취임 후 올해로 3년차를 맞은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노조 대응도 주목된다. 사실상 삼성그룹 내에서도 노사 교섭에 대한 이력이 없는 상황인 까닭에 인사보다는 영업과 마케팅 위주로 경험을 쌓은 이 사장이 이번 교섭을 순탄하게 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그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 것처럼 삼성그룹 내 사례가 없는 노사협상에서도 이정표를 쓸지에 대한 관심이다. 다만 이 사장은 26일 진행되는 본 교섭 첫날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서 이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며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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