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고 미래 먹거리도 챙길 수 있어

‘T1’ 유니폼을 입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싱텔, AIS와 화상회의를 통해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T1’ 유니폼을 입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싱텔, AIS와 화상회의를 통해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e스포츠 분야에서 국가를 넘어선 투자에 나섰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e스포츠와 함께해 온 SK텔레콤은 현재 e스포츠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e스포츠 초창기부터 프로게임단을 운영해 온 SK텔레콤은 e스포츠에 대한 잠재력을 일찌감치 확인하고 새로운 ICT 사업 중 하나로 장기간 준비해 왔다. 지난 2004년 창단된 프로게임단 ‘SKT T1(현 T1)’은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해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 하스스톤, 오버워치 등 다양한 e스포츠 종목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e스포츠 양대 종목으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와 리그오브레전드를 석권한 덕분에 한국 최고의 e스포츠 명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e스포츠의 경우 구단 운영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비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야구 등 전통적인 스포츠구단 운영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하지만 홍보 효과는 전통적인 스포츠들을 뛰어넘는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홍보 효과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젊은 세대들에겐 통신사 이미지뿐만 아니라 e스포츠 명문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을 비롯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보유한 팀으로서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SK텔레콤은 e스포츠 구단 운영을 통한 단순 홍보 효과뿐만 아니라, 나날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을 향해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미국, 아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매년 30~40%씩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2018년 8억69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에서 2022년 29억6300만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로 매해 35%씩 고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90년 역사를 지닌 스페인 축구 리그 ‘라 리가’의 연간 시장 규모인 약 28억 달러(약 3조1000억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약 101억 달러(11조3000억원) 규모의 게임 스트리밍 시장을 포함하면 관련 산업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 컴캐스트와 함께 e스포츠 전문 기업을 정식 설립했다. 합작회사명은 양사 이니셜과 구단명을 결합한 ‘에스케이텔레콤 씨에스 티원 주식회사(이하 T1)’다. 합작회사의 최대주주는 약 55% 지분을 보유한 SK텔레콤이다. 컴캐스트와 미국계 펀드 하이랜드캐피탈은 총 4100만 달러(한화 약 492억원)을 투자해 각각 2, 3대 주주가 됐다.

미국 최대 미디어회사 컴캐스트가 해외 기업에 e스포츠 사업 관련 투자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미디어와 통신 선두 기업 간 첫 합작 사례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최근에도 싱가포르·태국 1위 통신사 싱텔·AIS와 아시아 주요 지역 8억명의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게임 플랫폼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3사는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고 합작회사에 대한 지분과 권리도 3분의 1씩 갖기로 합의했다. 서비스 출시 일정은 연내를 목표로 한다. 3사는 e스포츠산업 내 각자의 위상을 활용한 다양한 연계 사업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울러 e스포츠를 통해 나오는 경기 영상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장민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최근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통신사들 역시 자신의 통신 채널을 통해 e스포츠를 중계하려는 움직임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e스포츠의 경우 기존 스포츠들과 마찬가지로 팬덤이 상당히 두텁기로 유명하다.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e스포츠와 통신사의 결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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