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코로나19·美 제재에 대내외 역풍
5G 스마트폰 판매 및 생산 차질 전망
삼성전자, 5G 스마트폰·통신 장비 점유율 승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0'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0 울트라'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0'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0 울트라'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부터 네트워크 장비까지 삼성전자와 5G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국 화웨이가 코로나19 격풍을 맞았다. 올 상반기 판매 차질로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세를 보이던 5G 통신 장비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생산량을 줄였고 수요면에서도 중국 시장 비중이 작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는 26일 화웨이 올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4000만대에서 2억1000만대 규모로 축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생산 및 판매 변수가 생기면서다. 스톤파트너스 관계자는 “보급형 모델뿐만 아니라 플래그십 물량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중국 내 가성비 스마트폰 제품을 중시하는 기조 때문에 자국 소비가 플래그십 판매로 직결될 확률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해외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도 차질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정부 제재 여파로 최신 스마트폰에서 구글모바일서비스(GMS)와 구글플레이 이용이 제한됐고 주력 시장인 유럽에선 MWC 취소로 영업 기회를 놓쳤다. 올 상반기 중국 내수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는 물론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지난해 화웨이의 중국 매출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지난해 5G 스마트폰 신경전을 펼친 삼성전자에겐 이 같은 공백이 반갑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판매와 생산 비중을 줄인 덕에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판매 비중은 1% 수준이고 중국 내 생산지는 철수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 스마트폰 중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부품이 있지만 해외 다른 지역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아직 큰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공식 뉴스룸을 통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사 1위를 주장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삼성전자가 인용한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판매량은 670만대로, 시장 점유율 53.9%를 기록했다. 반면 화웨이 주장을 뒷받침한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자료는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690만대로 삼성전자를 앞섰다고 분석했다. 시장 추정치별 차이가 크지만 화웨이의 추격이 위협적이라는 분석은 공통적이다.

양사 모두 올 상반기 플래그십부터 보급형까지 5G 스마트폰 제품군을 키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 시리즈, 화웨이는 P40 시리즈에 기대를 건다. 플래그십 뿐만 아니라 보급형 모델까지 5G 적용 범위를 넓힌다. 지난해와 유사한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등 5개국이 주요 5G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이들 시장에서 전세계 5G 스마트폰 90%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화웨이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온라인 출시 행사를 열고 두번째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s’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고 강조했다. 신제품은 다음달 출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제품 출시가 미뤄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가 출시 일정을 확정한 것은 현 상황에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점유율 경쟁이 첨예한 5G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코로나19 영향이 적어 화웨이가 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0일 영국에서 열린 제품·솔루션 설명회를 통해 지금까지 91건 이상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양차오빈 화웨이 5G 부문 총괄사장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시간이 다소 흘렀고 화웨이의 모든 공장이 생산을 재개했다"며 강조했다. 

지난해 3분기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31.2%를 가져가면서 1위에 올랐다. 에릭슨(25.2%), 노키아(18.9%)가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는 15%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인 북미 진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여전히 화웨이 배제 기조를 고수하는 점은 호재다. 미국 정부는 오는 4월 초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장비 업체들을 초청해 5G 이동통신 회의를 연다. 화웨이는 참석 기업에서 빠졌다. 일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참석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업 보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에 이어 미국 5위 이통사 US셀룰러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US셀룰러에 장비를 공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미국 통신시장 80%를 담당하는 이통사 4개 업체에 5G 장비를 공급하게 됐다. 또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통신망 설계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를 인수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국내 5G 사업 규모는 다소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나 해외 5G 사업 적극 추진하겠다”며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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