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포스, 올 4분기 TSMC 시장 점유율 52%·삼성 17.8% 전망···20% 미만 제자리
TSMC, 3분기 7나노 공정 매출 비중 ↑···퀄컴 차기 플래그십 AP 물량 확보
삼성전자-TSMC, 내년 5나노 일감 경쟁 예상···2021년 3나노 선제 공략 전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업계 1위 대만 TSMC 점유율 격차가 벌어졌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TSMC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2.7%, 삼성전자는 17.8%를 기록할 전망이다. TSMC 점유율은 1분기 48.1%, 2분기 49.2%, 3분기 50.5%로 지속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1분기 19.1%, 2분기 18%, 3분기 18.5%로 2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양사의 점유율 차이를 만든 것은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트렌드포스는 “특히 7나노 공정은 아이폰11 호조에 따라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 "TSMC가 16나노, 12나노, 7나노 공정에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 TSMC, 애플 아이폰11 호조에 연초대비 점유율 상승

TSMC가 공개한 지난달 매출액은 올들어 월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TSMC 매출은 1078억8000만 대만달러(4조2192억원)로, 전월 대비 1.7% 증가,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이 때문에 올들어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9667억대만달러(38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TSMC는 최신 공정인 7나노 공정에서도 선전했다. 7나노 공정에서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화웨이 등의 신형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수주했다. 물량 양산이 본격화된 올 3분기 TSMC의 7나노 공정 매출 비중은 전 분기 대비 6%포인트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퀄컴도 최근 차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양산을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양분해 맡겼다. 이중 TSMC가 플래그십 모델인 스냅드래곤865 물량을, 삼성전자가 중급형 5G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765 물량을 받을 전망이다.

두 모델 모두 양사의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되지만, 각사의 공정 완성도에 따라 향후 물량 수준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EUV 없이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 EUV로 쫓아갔지만 점유율 격차 못 좁혀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매출이 꺾인 것은 아니다.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한 34억 7000만달러(약 4조 1428억원)로 추정했다.

올들어 삼성전자는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굵직한 고객사와 손을 잡았지만 시장 1위 TSMC가 7나노 공정 고객사를 바짝 끌어모은 탓에 시장 점유율에 반전은 없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은 올해 극자외선(EUV) 7나노 제품 양산을 개시하면서 영업에 속도를 냈지만 TSMC의 오랜 업력을 깨긴 어려웠다는 평가다. EUV 도입은 TSMC보다 빨랐지만 그만한 고객사 수요는 부족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위탁생산은 공정 기술력만큼이나 고객사 수요가 사업의 중심이 된다. TSMC는 애플은 물론 화웨이와 퀄컴 등 든든한 고객사와 오랜 기간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큰 손들을 고객사로 맞이했지만 단기적인 매출 성과로 돌아오지 않았다.

송용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 그룹장은 이날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개최된 ‘시스템반도체 융합얼라이언스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운드리 사업이라는 게 메모리 반도체처럼 오늘 만들고 내일 돈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오늘 제휴해도 2~3년 후에 양산이 되는 건데, 그게 하루아침에 매출을 올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파운드리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1위 경쟁사를 바짝 추격하기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오는 2021년 3나노에서 반전드라마 전망도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을 지속하며 선제적 고객사 영업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올해 7나노에 이어 내년엔 양사의 EUV 5나노 경쟁이 예상된다. 양사 모두 양산 목표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잡았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시험 생산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고객사 수요만 확보된다면 올해와 비슷한 일감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차세대 3나노에선 삼성전자가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나노 공정부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AA는 기존 핀펫 이후 차세대 트랜지스터 설계 방식으로 평가된다. EUV 공정이 선폭을 줄여 집적도를 높였다면 GAA는 트랜지스터 구조 자체를 초미세공정에 적합하게 바꾸는 기술이다.

3나노 양산 목표 시점은 2021년이다. TSMC가 밝힌 3나노 로드맵보다 1년이 빠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7월 1세대 3나노 GAA 공정 설계 키트를 팹리스 고객에게 배포하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TSMC는 3나노에 이어 2나노 공정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선 2024년부터 TSMC가 2나노 양산을 시작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친다. 최근 TSMC는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2나노 공정개발에 총 65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후발업체인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삼성 파운드리 라인이 놀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지금은 라인이 꽉 찼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최근 들어 삼성 파운드리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워 저가 수주를 많이 끌어 모은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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