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 확대에 투자경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를 목표로 내세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의 투자 경쟁이 뜨겁다. 양사는 4분기 투자금액을 큰 폭으로 늘리며 내년 시장을 준비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투자를 3분기 5조3000억원에서 9조3000억원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중 상당액이 시스템반도체 시설 확충에 쓰일 것이란 전망이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 설비투자 금액을 전년대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4분기 반도체 투자를 특히 크게 늘려 3분기 대비 75% 늘릴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4분기에만 반도체 부문에만 9조3000억원 수준의 시설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4분기 반도체 투자액은 올해 분기별 집행된 설비투자 중 가장 큰 금액 규모다. 회사 측은 올 4분기 설비투자를 통해 메모리의 중장기 인프라 구축과 극자외선(EUV) 노광기술이 적용된 7나노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 4분기 집행될 파운드리 투자금액은 내년 1분기 가동이 예정된 화성 EUV 라인 증설에 투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1위를 공언한만큼 점차 파운드리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133조원을 투입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공언했다. 133조원 중 60조원은 국내 생산 인프라에 투입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설비투자액은 매년 비중을 키워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파운드리 후발 업체인 삼성전자는 1위 업체인 TSMC와 아직 사업 격차가 크다. 올 3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0.5%, 삼성전자는 18.5%로 기록됐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적용한 7나노 양산을 시작했지만 애플과 화웨이 등 굵직한 IT 업체와 손 잡은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웠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선 공격적 선제 투자로 치킨게임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위탁생산 사업에선 TSMC와 고객을 뺏고 뺴앗는 상황이라 선제적인 증설이 어렵다. 

이에 삼성전자는 우선 초미세 공정 기술력으로 고객사 확보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올 3분기 삼성전자는 EUV 7나노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첫 5나노 공정 제품 설계를 완료했다. 올 4분기엔 EUV 6나노 양산에 착수하고 5나노 추가설계를 마무리하면서 4나노 주요 설계 인프라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2021년엔 3나노 양산 시작을 목표하고 있다. 

올해 7나노 양산전에서 승기를 거머쥔 TSMC 역시 내년 5나노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오는 2023년 3나노 양산 시작을 위해 내년 완공될 연구개발(R&D) 센터에 8000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향후 시스템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파운드리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웨어러블용 반도체 기술 수요가 늘면서 작고 가볍고 전력 소모가 적은 초미세공정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지난 3분기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 7나노 대량 수주에 힘 입어 몸집을 불렸다. 투자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 수준은 아니다.

TSMC는 호실적에 힘 입어 올 4분기엔 당초 계획보다 50% 늘린 설비투자 금액을 집행한다.  올 4분기 TSMC는 51억4700만달러(5조9767억원) 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할 전망이다. 이는 직전 분기(31억4800만달러) 대비 63.5%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4년 1분기 설비투자(37억 900만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특히 이는 TSMC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늘어난 투자 규모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달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연간 설비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50% 가량 늘어난 140억~1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TSMC는 올 3분기 2930억5000만 대만달러(약 11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6% 실적이 성장했다. 특히 이번 실적은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 4분기 매출액(2897억8000만 대만달러)을 돌파했다. TSMC의 3분기 매출만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연간 매출인 약 100억달러(11조6050억원) 수준에 맞먹는다.

3분기 실적 성장은 가동률 상승에 기인한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화웨이 등의 신형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과 관련이 깊다. 이들 고객사 수주에 힘 입어 올 3분기 TSMC의 7나노 공정 매출 비중은 전 분기 대비 6%포인트 가량 상승한 27%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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